제178화
온채하가 막 잠에 빠져들려는 순간, 배승호의 휴대폰이 또 울렸다.
최근 며칠 동안 배승호는 유난히 바빠 보였다.
배승호는 통화 버튼을 누르며 일부러 목소리를 낮췄지만 온채하는 배승호가 누군가를 호되게 꾸짖는 소리를 분명 들었다.
“내가 사람 잘 지켜보라고 했잖아!”
배승호는 벌떡 일어나며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기운 때문에 순식간에 차갑게 굳어졌다.
“내가 직접 가서 볼게.”
분명 송원 별채 쪽의 일 같았다.
배승호가 이렇게까지 흔들릴 때는 늘 송원 별채와 진여울이 관련되어 있을 때였다.
배승호가 떠난 뒤에야 온채하는 눈을 감았지만 끝내 잠이 오지 않았다.
아침 여덟 시가 될 때까지 배승호는 돌아오지 않았고 온채하는 밤새 뒤척인 탓에 목덜미가 지끈거리고 속까지 메스꺼웠다.
온채하는 억지로 몸을 일으켜 옷을 갈아입고 욕실에서 씻고 나오니 마침 현관문이 열리며 배승호가 들어섰다.
여전히 어젯밤 그 차림 그대로였다.
그는 전화기를 귀에 댄 채 눈썹 사이를 움켜쥐고 있었다.
“별일 없으니 다행이지만 다음번에도 이런 실수 터지면 다 그만둘 줄 알아.”
전화기 너머에서 무슨 말이 들린 듯 배승호는 그제야 숨을 내쉬며 답답한 듯 넥타이를 당겨 풀었다.
넥타이는 어디론가 사라지고 없었고 배승호는 곧장 발걸음을 옮겨 위층으로 올라가 새 정장을 갈아입고 다시 내려왔다.
배승호가 입는 정장은 늘 짙은 색이었다.
꼭 마치 그런 색깔만이 배승호의 성질과 기세를 누를 수 있는 듯했다.
온채하는 배승호를 신경 쓰지 않고 식탁에 앉아 있었는데 계단을 내려오는 발소리가 곧 들려왔다.
배승호는 온채하의 맞은편에 앉았고 가정부가 다시 국수 한 그릇을 더 내왔다.
일반 국수가 아니라 새벽부터 한약방에서 받아온 처방대로 탕을 끓이고 영양을 고루 챙긴 국수 한 그릇이었다.
식사를 마친 뒤, 배승호는 손목시계를 힐끗 보았고 이제 곧 재원 대학 백 주년 기념식이 열릴 시각이었다.
행사는 성대하게 준비되었고 해외에서까지 굵직한 기업가들이 모여들 예정이었다.
예전의 전공 교수도 직접 전화를 걸어 꼭 참석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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