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9화
온채하는 더는 이렇게 버티는 게 무의미하다고 느꼈다. 배승호는 담배 잿가루를 털며 냉소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미안, 월요일에는 시간 없어.”
온채하는 말을 잇지 못했다. 두 볼이 붉게 달아오르고 눈에 눈물이 맺혔지만 떨어지지 않은 채 그를 응시했다.
배승호는 담배꽁초를 쓰레기통에 던지고 다치지 않은 손으로 그녀의 눈가를 닦아 줬다. 굳은살이 박인 손끝이 거칠어 뺨이 따끔거렸다.
배승호는 싸움을 잘한다. 아직 배씨 가문에서 찾기 전에도 20명쯤은 혼자 상대했고, 밑바닥에서 조금씩 두각을 드러내며 너무 많은 사람들의 이익을 건드렸다. 자주 집단으로 얻어맞았고, 그 과정에서 몸이 절로 단련됐다.
칼, 곤봉, 화살, 심지어 총까지 스스로 익힌 탓에 그의 손가락 끝에는 옅은 굳은살이 박여 있었다. 그 거친 손끝이 온채하의 뺨을 스치자 따끔한 기운이 번졌다.
온채하는 몸을 피했지만 턱이 순식간에 움켜잡혀 억지로 고개를 들었다.
“됐지? 이제 그만 싸우자, 응?”
그 말투는 마치 자신만 괜히 생떼를 부리고 있고, 그는 대범하게 넘어가 준다는 듯해 우스웠다. 온채하는 턱을 빼내려 고개를 돌렸으나, 배승호는 놓아주지 않았다.
그는 갑자기 고개를 숙여 그녀의 입술을 물고 거칠게 파고들었다. 두 사람이 마지막으로 키스한 게 언제였는지도 가물가물했다. 온채하는 잠시 멍했으나 곧 정신을 차리고 그의 혀끝을 세게 깨물었다.
피 맛이 확 번졌지만 배승호는 놓지 않았다. 곧 두 사람의 입안 가득 피비린내가 퍼졌다. 눈물이 다시 떨어지자 온채하는 그의 구두를 힘껏 밟았다.
그는 잠시 시선을 내려다보고는 담담히 말했다.
“힘 좀 쓰네.”
“배승호, 너 내가 우스워? 내가 평생 너 없이는 못 살 거라고 생각하지? 지금 내가 이혼하자고 난리 치는 게 밀당인 줄 알잖아.”
“아닌가?”
온채하의 속이 순식간에 싸늘해졌다. 그녀는 입술을 세차게 닦아 내며 말했다.
“월요일, 법원에서 보자.”
배승호는 더 말하지 않고 그녀만 바라봤다. 온채하는 더 이상 상종하고 싶지 않은 듯 계단으로 달려 올라갔다

링크를 복사하려면 클릭하세요
더 많은 재미있는 컨텐츠를 보려면 웹픽을 다운받으세요.
카메라로 스캔하거나 링크를 복사하여 모바일 브라우저에서 여세요.
카메라로 스캔하거나 링크를 복사하여 모바일 브라우저에서 여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