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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화

온채하를 처음 본 부잣집 부인은 잠시 의아한 표정이었다가 조예림이 온채하라고 부르는 순간 눈빛이 확 바뀌었다. “이 여자가 네 며느리, 온채하야?” 그러자 조예림의 표정이 굳어졌고 자신이 소리친 걸 후회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하지만 물러설 수 없어 억지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온채하를 노려보다가 다시 조재우 쪽을 향해 목소리를 높였다. “너 지금 다른 남자 옆에서 뭐 하는 거야?” 온채하는 시선을 내리깔며, 담담하게 대답했다. “전 그냥 일하러 나온 거예요.” 그 말에 조예림은 비웃음이 터져 나오는 듯 손바닥을 들어 온채하의 뺨을 내리쳤다. “일하러 나온 거라고? 내가 보기에는 남자나 찾아다니는 거겠지. 온채하, 넌 도무지 네 잘못을 고칠 줄을 모르는구나!” 약혼식 이후 온채하는 이미 생활이 문란하다는 오명을 뒤집어쓰고 있었다. 사람들은 그녀가 남자를 못 끊는다고 수군댔고 자기 오빠한테 약까지 먹였던 일까지 들먹이며 욕했다. 부잣집 부인 역시 조예림이 이렇게 손찌검할 줄은 몰랐지만 만약 자기 며느리라 해도 도저히 참지 못했을 것 같았다. 너무 창피한 일이었다. 조예림은 분노에 온몸이 떨려 있었고 크게 숨을 들이켜며 말했다. “네 할머니가 널 아무리 감싸도 이 결혼은 반드시 깨야겠어. 지금 당장 배승호한테 전화할 거야!” 온채하는 입술 끝에 피가 맺혔지만 가만히 서서 조예림이 실제로 배승호에게 전화를 거는 모습을 지켜봤다. 조재우 역시 멀리서 그 장면을 지켜보며 이 상황이 어디까지 갈지 알 수 없어 이마를 찌푸렸다. 그는 조예림이 배승호의 어머니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그녀가 온채하를 얼마나 싫어하는지는 눈으로도 드러났다. 그리고 조예림도 조재우 역시 한눈에 알아봤다. 그가 바로 예전에 배성 그룹 임원이었고 한때 온채하에게 실수할 뻔했다가 배승호의 강경한 처분으로 회사에서 쫓겨난 장본인이라는 것도 알아봤다. 당시 그 일은 배씨 가문에서도 큰 파장이었고 하마터면 형제끼리 적으로 번질 뻔했지만 다행히 형인 배도윤이 동생을 아꼈기에 사달이 더 커지진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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