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69화
성시현의 말에 따르면 배승호는 지금 이 시기에는 온채하에게 상처 주는 말을 할 수도 있다 그랬다.
“나 얼마 전까지 쭉 최면에 걸린 상태였어.”
온채하는 대충 하품을 하면서 대답했다. 배가 고팠던 그녀는 일어나서 밥이라도 먹으려 했다.
밥을 다 먹고 나면 잠을 자야 했다. 온채하는 남은 열흘 동안은 잘 먹고 잘 자서 기운을 차리는 데만 집중할 생각이었다. 다른 일은 그녀와 아무 상관 없는 일이었다.
방문을 향해 걸어가던 그때, 배승호가 온채하의 옷자락을 부여잡으며 말했다.
“나 얼마 전까지 쭉 최면에 걸린 상태였다니까.”
조금 놀란 온채하는 다시 자신의 옷자락을 잡아당기며 대답했다.
“요즘 일할 때 힘들다고 생각하진 않았어?”
“그렇지는 않았어.”
배승호는 다른 분야는 몰라도 일에 있어서는 늘 능숙했다.
“그럼 됐네. 일에만 방해 안 되면 그만이지.”
온채하가 배승호에게 웃어 보였다. 마지막 며칠 동안은 굳이 얼굴을 붉히며 지내고 싶지 않았다.
그녀는 손을 들어 배승호의 어깨를 두드려주며 말했다.
“너는 분명 배성 그룹의 미래를 빛낼 수 있을 거야. 모든 가문이 다 널 응원해 주고 밀어주는 중이니까.”
배승호는 온채하의 눈에 비친 웃음과 평온한 표정을 바라보며 말했다.
“다 할아버지가 꾸민 짓이야. 내 기억 속에서 널 지우려고. 지금은 정말 너한테 아무런 감정도 느껴지지 않아.”
배승호는 온채하의 눈을 똑바로 응시하며 말했다.
온채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한결 부드러워진 목소리로 말했다.
“축하해. 네가 원했던 결과잖아. 예전에도 늘 내가 너무 멍청하고 아무것도 못 해서 네 발목을 잡는다고 생각했는데. 네가 가장 힘들었던 시기에는 널 일으켜줄 여자가 필요할 거고. 어떤 의미에서 말하면 너랑 진여울 정말 잘 어울려.”
온채하는 이어서 옆의 옷장에 있던 이혼 합의서 한 뭉치를 꺼내더니 펜까지 철저하게 준비했다.
“자, 여기 사인해. 배씨 가문의 영향력이라면 굳이 우리 사이에 숙려 기간 같은 건 없어도 되잖아. 내일 바로 가서 이혼 서류부터 정리하자.”
배승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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