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80화
배승호는 온채하를 집으로 데려다주는 길에 두 손으로 그 작은 상자를 꼭 끌어안았다.
절에 불이 났다는 사건은 이미 소문이 파다하게 퍼졌다. 그 절은 워낙 유명한 곳이었고 어젯밤에 많은 신도들이 그곳에 머물고 있었다. 소문에 따르면 어린 소녀 두 명 역시 불에 타 죽었다고 했다.
총 여섯 명이 사망한 탓에 사건은 꽤 크게 번졌다.
특히 어린 소녀의 부모는 소식을 듣자마자 절 밖에서 대성통곡하다가 두 시간 전에 기절해 병원으로 이송되었다.
배승호는 먼저 운성 빌리지에 들러 임재준에게 온채하의 진료를 맡긴 후, 상자를 안고 본가로 향했다.
김연주가 온채하를 절에 데리고 갔다가 그곳에서 목숨을 잃었으니 이제 온채하에게는 ‘불운의 여신’이라는 꼬리표가 더 단단히 붙게 되었다.
배정환은 이미 소파에 앉아 있었다. 그는 작은 유해함이 되어 돌아온 김연주의 모습에 화가 치밀어 올라 몇 번이고 헛기침을 했다.
“네가 집안에 어떤 여자를 들여왔는지 한 번 봐라. 대체 언제쯤 돼야 그만둘 거야? 모두의 목숨을 앗아가고 나서야 속이 시원하겠어! 여울이 말대로 그 못된 계집이 자기 혼자만 도망치고 노인네 혼자 남겨두고 죽게 버려뒀다더구나. 악한 건 알았지만 생각보다 더 악독한 년이야. 연주 보석함도 통째로 다 받아놓고 말이야. 배승호, 이번엔 아무도 날 못 막아. 온채하는 당장 재원시를 떠나야 할 거야. 평생 이곳 땅을 밟을 생각은 추호도 하지 말라 그래!”
배승호는 작은 상자를 품에 꼭 끌어안은 채 아직도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배정환은 최면이 어느 정도까지 영향을 끼치는지 미처 알지 못했다. 아침에 배승호는 본가로 오려다가 일정을 취소하고 곧장 회사로 돌아가 국제회의를 열었다. 그가 최면에 걸린 이후로 배정환을 마주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배승호는 화가 치밀어 올랐다.
“이런 상황에서까지 이혼을 망설이고 있다는 말은 그만 해. 왜 아직도 그렇게 운 나쁜 여자를 사랑하는 거야?”
배승호가 막 입을 열려던 그때, 가정부가 찾아와 말했다.
“진여울 씨랑 소지혁 씨가 찾아오셨는데요.

링크를 복사하려면 클릭하세요
더 많은 재미있는 컨텐츠를 보려면 웹픽을 다운받으세요.
카메라로 스캔하거나 링크를 복사하여 모바일 브라우저에서 여세요.
카메라로 스캔하거나 링크를 복사하여 모바일 브라우저에서 여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