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36화
그렇게 그녀는 학교에 다니기 시작했고 더 이상 불법 피시방 앞에서 사람을 기다릴 필요가 없었다. 배승호 역시 학교에 다니기 시작했지만 여전히 게임 아이템으로 돈을 벌고 있었다.
원래라면 아껴 쓰기만 해도 돈이 부족할 일은 없었을 것이다. 그러던 어느 날부터 배승호가 외출을 나갔다가 며칠 동안 돌아오지 않았다. 다시 나타났을 때 그는 온몸이 상처투성이였고 2억이 넘는 돈도 흔적 없이 사라졌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남은 돈으로 두 사람이 학교에 다니기에는 충분했으나 생활은 빠듯해졌다.
온채하는 어릴 적부터 몸이 약했다. 예전에는 몸조리를 제대로 하지 못해 막상 생활이 나아지자마자 온갖 병이 한꺼번에 몰려왔다. 마치 그동안의 고생에 몸이 항의하는 듯했다.
배승호는 그녀의 병을 치료하느라 적지 않은 돈을 썼다. 그녀는 정확히 얼마나 들었는지는 몰랐다. 그저 이번 생에서 가장 큰 행운은 배승호를 만난 것이라는 사실만 알고 있었다.
온채하는 불안한 잠을 자다가 갑자기 놀라 깨어나 낯선 천장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이게 배승호 도피 증후군인가?’
그녀는 귓가에 닿은 머리카락을 만져보았다. 눈물에 흠뻑 젖어 있었고 베개도 축축했다.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나 샤워를 했다. 식은땀을 씻어내고 거울 속 창백한 얼굴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몸을 굽혀 찬물을 움켜쥐며 마음속 감정들을 모두 씻어내려 했다.
‘앞으로는 다시는 생각하지 말자.’
시계는 새벽 다섯 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샤워를 마친 그녀는 창가에 서서 바깥을 바라보았다. 일출은 희미하게 보일 뿐이었지만 그마저도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기에 충분했다.
시간을 보내다 보니 오전 7시가 되었고 그녀는 아래층으로 내려가 배불리 식사했다. 그리고 대나무가 데리러 오기만을 기다렸다.
정철호는 제시간에 도착했다. 그녀의 눈이 붉은 것을 본 그는 참지 못하고 물었다.
“무슨 일 있으십니까?”
그녀는 고개를 저었다. 꿈속에서 밤새 울었다는 사실은 차마 말할 수 없었다.
배에 오를 때까지 그녀는 멍한 기분을 떨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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