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43화
배승호는 샤워를 마치고 나왔다. 잠시 뒤 누군가 카트에 음식을 가득 싣고 와 침대 옆에 놓았다. 그는 거울 앞에서 양복 소매의 커프스단추를 정리하며 말했다.
“먹지 않으면 치워요. 음식 낭비하지 말고.”
온채하는 이불을 깊게 뒤집어쓰고 온몸의 얼룩을 감춘 채, 그가 뒤도 돌아보지 않고 문밖으로 나가는 모습을 곁눈질로 보았다.
그녀는 속눈썹을 내리깔았다. 방 안에서 누군가 모국어로 물었다.
“온채하 씨, 뭐 좀 드시겠어요?”
그녀는 고개를 저었다. 정말 아무것도 먹고 싶지 않았다. 자신의 몸이 극도로 굶주려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어떤 행동으로도 구원받고 싶지 않았다. 지난 3년처럼 그저 천천히 조용히 썩어 문드러지고 싶을 뿐이었다.
가정부는 한숨을 내쉬며 카트를 밀고 나갔다.
정오가 되어 도우미가 방을 치우러 들어왔다. 창문과 문을 닦고는 말했다.
“온채하 씨, 침대 시트를 갈아야겠어요.”
온채하는 낡은 기계처럼 천천히 몸을 일으켜 소파에 앉았다. 침대 시트와 이불은 모두 새것으로 교체었고 그녀는 다시 침대로 돌아가 이불 속에 몸을 파묻었다.
지난 이틀 동안 그녀는 침실 문밖으로 한 발짝도 나가지 않았다. 배승호는 밤늦도록 돌아오지 않았다.
그녀는 허기를 참다못해 구역질하며 욕실로 달려갔으나 물밖에 나오지 않았다. 손가락이 미세하게 경련하는 것을 보고 깜짝 놀라 멈추려 애썼지만 근육은 그녀의 말을 듣지 않았다.
그녀는 몸을 씻고 다시 거울을 올려다보았다.
도망치던 길에서 보이던 밝은 기운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죽음과 같은 적막만이 감돌았다.
마른침을 삼키며 잠옷을 걸친 채 문가로 더듬어 갔다.
밖은 고요했다. 조심스럽게 문을 열자 거실도 적막했다.
그녀는 신발도 신지 않은 채 현관문 쪽까지 다가가 문을 열어보았다.
순간, 바깥에 서 있던 경호원 두 명이 눈에 들어왔다. 그녀는 놀라 몸을 움츠렸다.
다시 침대로 돌아왔으나 눕지 않고 멀리 보이는 바다만 멍하니 바라보았다.
이내 다시 일어나 부엌으로 향했다. 그녀 자신도 왜 그러는지 알 수 없었다.
지난 몇 년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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