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5화

나중에 드디어 성수혁을 되찾았을 때 그녀는 기쁨과 두려움이 뒤섞여 있었다. 이 모든 것이 환상일까 봐 두려웠고 마치 물거품처럼 한 번 다치면 덧없이 사라질 것만 같았다. 지금 생각하면 차라리 환상이었으면 좋았을 것이다. 적어도 그녀는 영원히 사랑받았던 옛꿈 속에 잠겨 그가 마음을 변치 않았다고 스스로를 속일 수 있다. “울지 마... 괜찮아. 누가 괴롭혔어? 말해 봐.” 정해은이 정신을 차렸을 때 이미 그녀는 남자의 품에 안겨 있었다. 기선우의 목소리는 부드러웠고 넓고 따뜻한 손바닥으로 그녀의 등을 살며시 토닥였다. 다른 한 손은 예의 바르게 공중에 띄워 그녀에게 닿지 않도록 조심하고 있었다. 정해은은 방금 정신을 놓고 그 앞에서 울어 버렸지만 지금 그는 그녀를 위로하고 있었다. 그 사실을 깨달은 정해은은 얼굴이 붉어지고 머리 전체가 달아오른 듯했다. 기선우의 몸에서 스쳐 지나가는 묘하게 익숙한 느낌은 그녀의 뇌리에서 사라졌고 신경 쓰지 않았다. “저기... 먼저 놔 주세요.” 익숙하지 않은 사람 앞에서 울음을 터뜨린 것은 처음이라 정해은은 너무나 당황스러웠다. 온 세상이 조용해진 것 같다고 느끼며 고개를 숙이고 그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지 못한 채 작은 목소리로 감사 인사를 전했다. “고마워요.” 그가 방금 자신을 위로해 주었으니 감사 인사를 하는 것이 예의라고 생각한 것이다. 기선우의 시선은 천천히 아래로 향했고 부어오른 그녀의 손목을 바라보았다. “성수혁 씨가 한 짓이야?” 그의 두 눈은 불타오르듯 빛났고 얼굴에는 화가 서려 있었지만 여전히 잘생겼다. 피부와 골격까지 완벽한 그는 성수혁과는 전혀 다른 느낌을 주었다. 기선우는 마치 현대 세계의 사람이 아닌 듯 외모와 분위기 그리고 사람들에게 주는 존재감 모두가 왕실의 왕자 같았다. 온화하고 우아하며 티끌 하나 없이 깨끗하고 세상에 둘도 없이 뛰어났다. 정해은이 아무 대답도 하지 않은 채 멍하니 서 있자 기선우는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조용히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 “해은아?” 그제야 정신이 돌아온 정해은은 어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