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45화 그를 데려가
그들은 어젯밤 너무 신나게 놀아서 그런지 다음날 아침 모두 늦게 일어났다.
밖에서 여전히 작은 비가 부슬부슬 내리고 있었다. 비는 끊을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었다.
날씨 때문인지 박수혁은 갑자기 고열을 앓았다. 오한진이 이를 첫 번째로 발견했고 의사가 반나절 공을 들여서야 드디어 열이 내렸다.
밖에서 비가 내리기 때문에 박수혁은 나갈 수 없었다. 그는 창백한 얼굴로 침대에 누워있었는데 툭 건드리면 깨지는 유리인형 같았다.
소찬식은 그가 걱정되어 몇 번이나 찾아갔다. 잠에서 깬 박수혁은 목소리가 조금 갈라졌다.
"사실 비가 내려도 괜찮아요. 소 대표님이 심심하다고 생각하면 차를 타고 도처로 다니면서 경치를 구경하는 것도 좋지요."
소찬식은 그의 어깨를 두드렸다.
"됐어. 네가 이렇게 되었는데 나도 열이 날까 걱정되는군."
박수혁은 할말이 없었다.
방안을 둘러본 그는 소은정이 없자 조금 실망했다.
소찬식은 헛기침을 하면서 말했다.
"은정이는 학교에 갔다가 동창 모임에 참석하겠다고 했어. 마침 외출 준비를 하고 있지."
박수혁은 눈을 끔뻑이더니 기침을 했다.
"사람을 데려가야......"
"걱정 하지마. 최성문을 붙여줬어."
"오한진을 데려가요."
박수혁은 또 기침을 하기 시작했다.
오한진은 정신이 번쩍 들었고 곧 박 대표의 뜻을 알아차렸다.
과연 생각이 깊었다!
"네, 그렇습니다. 최성문이 보이지 않는 곳에 있고 제가 보이는 곳에 있으면 은정 아가씨는 절대 아무런 위험도 없을 겁니다. 또한 학교처럼 사람이 많은 곳에서 최성문은 저처럼 약삭빠르지 않습니다."
소찬식은 조금 망설였다. 그는 오한진이 왜 따라가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전에 소은정은 사고를 겪은 적이 있어 조심하는 것이 좋았다. 사람이 적은 것보다 많은 것이 좋지 않겠는가?
그는 시원시원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너도 함께 가."
오한진은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제가 있으면 누구도 감히 은정 아가씨를 넘볼 수 없습니다!"
말을 마친 오한진은 쪼르르 밖으로 달려나갔다.
준비를 마친 소은정은 문 앞에서 최성문과 오한진이 서로를 빤히 바라 보고 있는 걸 발견했다.
그녀는 미간을 찌푸렸다.
"네가 왜 여기에 있어?"
그는 응당 박수혁을 보살펴야 하지 않는가?
오한진은 웃으면서 다가가더니 가슴을 두드리며 말했다.
"소 대표님은 아가씨가 걱정되어 저더러 보살펴달라고 했습니다. 아름답고 고상하며 영혼까지 사랑스러운 아가씨는 절대 위험한 상황에 처해지면 안되지요!"
소은정은 어이가 없었다.
"네가 날 보호한다고?"
그녀는 믿을 수 없었지만 오한진의 단호한 모습을 보니 거짓말하는 것 같지 않았다.
아빠는 왜 오한진을 보냈지?
오한진은 자신만만하게 웃더니 통통한 턱을 조금 치켜들면서 말했다.
"당연하지요. 전 좀 뚱뚱하고 날렵하지 않지만 맷집이 좋습니다. 총알도 제 몸을 뚫을 수 없고 사람들도 절 때려죽이지 못하지요. 가장 중요한 건 저의 엄숙하고 싸늘한 기세가 단번에 상대방을 제압하는 겁니다!"
소은정은 그의 허풍이 머리가 지끈거렸고 입가에 경련이 일었다.
"오고 싶으면 와."
말을 마친 그녀는 밖으로 걸어갔다.
오한진은 빠른 걸음으로 따라갔다. 그는 그녀가 손에든 가방을 빼앗아 안더니 알랑거리면서 따라갔다.
"여왕님이 친히 가방을 드는 일이 어디 있습니까? 우리 아가씨 가녀린 팔이 부러지겠습니다. 아이고, 발 밑을 조심하세요......"
뒤에 있던 최성문은 싸늘한 눈빛으로 콧방귀를 뀌었다.
작은 빗방울이 창문 유리를 스쳐 지나갔다. 차는 안전하게 운전되고 있었으며 창문 밖에서 나무 그림자가 빠르게 지나갔다. 최성문은 조수석에, 소은정은 뒤에 앉아 그룹 채팅을 보고 있었다.
동창 중 많은 사람들은 귀국하거나 다른 나라에 가서 프랑스에 남아있는 사람은 몇 안되었다. 하지만 그들은 서먹서먹하지 않았다.
학교에 도착한 소은정은 주위를 둘러보았다. 유럽풍 건축물과 학교 내의 익숙한 경치 속에서 이곳의 짙은 학술 분위기와 엄격한 태도 알아차릴 수 있었다.
그녀는 프랑스에서 박사 공부한 것이 아니라 멘토를 따라 프랑스에 오는 김에 시장도 넓힌 것이었다. 또한 소은정은 이곳에서 많은 추억을 남겼다.
최성문은 눈치 있게 그녀와 어느 정도 떨어져서 걷고 있었다.
하지만 오한진은 거들먹거리면서 소은정을 따라다녔고 감탄을 금치 못했다.
"와, 저 분수 정말 멋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