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8화 내 눈 앞에서 꺼져

소은정은 여전히 입가에 미소를 머금은 채였으나, 서민영의 가짜 미소는 서서히 망가지고 있었다. 만족스러운 결과였다. “안 들려? 당장 내려가라니까? 뻔뻔스럽게 어딜 동석하자는 거야?” 한유라가 거들었다. 점장은 입장을 완전히 정리한 듯 입을 열었다. “두 분은 내려가주십시오. 맞춤 직원들을 안배해드리겠습니다.” 서민영의 안색이 어둡게 물들었다. 박예리는 이미 폭발하기 직전인 듯하였다. 지금 이 일도, 뒤 돌아서면 소문에 소문을 탈 것인데. 체면이 말이 아니었다. “너네, 저 년이 결국 고른 옷이 어떤 건지 당장 나한테 가져와! 돈이라면 상관없으니 저 년이 고른 옷으로 내 앞에 가져오라고!” 소은정은 어이가 없다는 듯 한쪽 눈썹을 들썩이더니 말했다. “정말 그럴 생각이야?” “그래, 내 말 못 들었어?!” 박예리는 의기양양해진 듯 점장에게 다그쳤다. “그러니까 당장 저것들 여기서 꺼지라고 해. 지금 당장!” 점장은 미소를 간당간당하게 유지 중이었다. 난처한 눈망울로 소은정을 바라보는 수밖에 없었다. 소은정은 이에 웃으며 점장에게 말했다. “예리 아가씨께서 그러시겠다니, 뭐…. 점장님, 방금 봤던 그거, 포장 부탁해요.” 점장은 조금도 화나 보이지 않는 소은정의 모습이 당황스럽기만 하였다. “네,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점장은 곧 사람을 불러 옷을 포장하라 주문하였고, 소은정은 박예리를 바라보더니 무심한 듯 질문을 툭 던졌다. “예리 아가씨? 비싸다고 나중에 반품하시는 거 아니시죠?” 점장은 또 다시 긴장감에 숨이 막혀왔다. 박예리는 질문의 의도가 분명 자신에게 도전하는 것이라 판단했다. “반품? 난 한 번 산 물건은 버리면 버렸지 반품 따위 안 해!” 턱을 괴고 여유로운 표정을 짓던 소은정은 휴대폰을 꺼내 녹음된 음성을 재생하였다. ‘예리 아가씨? 비싸다고 나중에 반품하시는 거 아니시죠?’ ‘반품? 난 한 번 산 물건은 버리면 버렸지 반품 따위 안 해!’ 박예리는 잔뜩 인상을 쓰며 쏘아붙였다. “너 이게 무슨 짓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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