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51화
진명이 말했다.
그는 당시 하소정에게 현녀결을 가르칠 때, 구두로 설명하는 방식을 선택했다. 하소정의 수련 방법에 문제가 생긴 건지, 아니면 현녀결의 심법구결을 그녀가 헷갈렸는지 확인이 필요했다.
“알았어요….”
하소정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현녀결의 심법구결을 읊었다. 그 뒤에 자신이 어떻게 심법을 운용하였는지도 설명했다.
한편, 침대 밑에서 하소정이 심법구결을 암기하는 것을 듣고 있던 박기영은 가소로운 표정을 지었다.
이미 하소정이 고작 후천후기의 경지에 불과하다는 것도 확인했으니 그럴 법했다. 비록 하소정이 어떤 방법으로 현녀결을 수련했는지 알 수 없지만 그것을 수련하기 위해 어렸을 때부터 지금까지 심혈을 기울였을 거라 생각하니 비웃음이 나왔다.
그렇다는 건 현녀결은 고도의 수련 경지를 요구하는 공법이 아니라 황계 상품 정도밖에 되지 않은 쓰레기 공법이 분명했다!
황계 등급의 공법은 너무 저급한 공법이라 평생을 수련해도 종사지경까지 도달할 수 없다.
박기영은 자신의 실력으로 고작 황계 등급의 쓰레기 공법을 욕심낸다는 건 말이 안 된다고 생각했다.
처음부터 그녀는 현녀결을 안 중에도 두지 않았다.
“소정아, 심법 운용에 문제가 조금 있어. 내가 자세히 설명해 줄게.”
재빨리 문제의 핵심을 찾아낸 진명은 숙련되게 하소정에게 문제점을 꼼꼼히 짚어주고 현녀결의 구결을 다시 암기하도록 시켰다. 그리고 매 구절의 의미를 자세히 해석해 주었다.
그의 머릿속에 있는 조상님의 가르침과 쉽고 간단한 설명은 정확하게 문제점을 파악하면서도 설명을 듣는 사람이 이해하기 쉽게 만들어 주었다.
진명의 해석을 들은 박기영은 속이 갑갑해졌다.
처음부터 현녀결을 무시했던 그녀였는데 진명이 얘기한 심법구결은 쉽고 간단해서 단번에 기억할 수 있었다.
이건 무슨 이상한 공법이지?
박기영은 혐오스러운 표정을 지으면서도 그들의 말을 하나도 빠짐없이 새겨들었다. 그냥 침대 밑에 가만히 있자니 답답해서인지 아니면 현녀결에 어떤 매력을 느껴서인지 그녀 자신조차 제대로 분간할 수 없었다.
그녀 체내의 진기는 진명의 설명을 들으며 저도 모르게 움찔거리기 시작했다.
“이… 이게 어떻게 된 거지?”
체내 진기의 움직임을 느낀 박기영은 소스라치게 놀라며 발광하는 진기를 억누르려 정신을 집중했다.
그녀는 줄곧 가문의 현계 상품 등급의 공법만 수련했다. 만약 현녀결이 진명의 일류공법이었다면 이 기회에 몰래 익혀두는 건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녀는 이미 현녀결을 황계 등급의 쓰레기 공법이라고 굳게 믿었기에 종사지경에 도달한 자신이 익히기엔 정력낭비라고 단정지었다.
그녀가 불안정한 진기를 진정시키지도 못했는데 더 놀라운 사실이 눈앞에 펼쳐졌다.
체내 진기의 자동 운용으로 진기 중에 섞여 있던 불순물이 정화되면서 그녀 체내에는 순수한 진기만 남게 되었다.
진기가 순수할수록 수련 속도에는 가속이 붙고 앞으로 더 높은 경지에 도달할 수 있는 길을 터줄 수 있다.
박씨 가문의 공법은 여자에게 특화된 수련법이 아니었기에 박기영은 억지로 익히기는 했지만 진기 속에 다른 사람들보다 많은 불순물이 섞여 있었다.
그녀의 타고난 재능이 아니었다면 그녀는 절대 종사지경을 돌파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런데 현녀결을 운용하자 진기 속에 숨어 있던 불순물이 제거가 되었다. 그렇다는 건 현녀결은 박씨 가문의 공법보다도 더 심오한 공법이며 여자인 그녀의 체질에 더 적합하다는 것을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