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7화

용준혁은 부하의 말을 듣자마자 웃었다. “전신은 고고하신 분이라 환심을 사기 어려워, 그리고 여전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우리는 아는 게 없잖아.” 말을 멈췄던 용준혁이 생각해 보더니 다시 말을 이었다. “전신이 돌아왔으니 중주의 모든 세력들이 전신의 환심을 사려고 하고 있을 거야, 우리도 어렵사리 전신이 타고 온 비행기 정보를 알게 된 거야, 다른 사람들은 아직 아무것도 모르고 있다고.” 용준혁의 말을 들은 중년의 남자가 고개를 끄덕였다. “저희가 전신에게 선물을 준다면 전신께서 받아주실까요?” “그래, 그거 괜찮구나. 우리가 준비해 준 집을 받아줬잖니, 돈은 전신의 흥미를 일으킬 수 없는 물건이야.” 용준혁이 웃으며 말했다. “장진은 다른 사람이 아부를 떠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는 것 같았어, 그리고 우리는 어떻게 해야 전신의 환심을 살 수 있는지도 잘 모르고 있고.” 중년의 남자가 침묵을 지키다가 입을 뗐다. “회장님, 그러니까 이 도범이라는 남자가 전신이랑 평범하지 않은 관계를 가지고 있으니 우리가 도범의 환심을 사게 된다면 간접적으로 전신의 환심을 사는 거랑 같다는 거네요. 그렇게 되면 전신께서 우리 용 씨 집안을 돌봐주실 테고 사업을 더욱 번창하게 할 수 있다는 거죠.” 용준혁이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지, 그 사람이 전신이랑 같이 개인 비행기를 타고 돌아왔다는 건 이미 모든 걸 설명해 줄 수 있어, 우리가 도범을 도와준다면 전신의 환심을 살 수 있을 거야.” “역시 회장님이십니다!” ‘광재’라는 별명을 가진 중년 남자는 용 씨 집안을 보호하는 세 사람 중의 하나였다. “하지만 여전신의 나이가 어려 보이지는 않던데…” 그 말을 들은 용준혁이 미간을 찌푸렸다. “광재야, 설마 여전신을 탐내고 있는 건 아니겠지? 그런 생각은 애초에 접어두는 게 좋을 거다. 전신에게 미움을 사서 분노하게 한다면 우리 용 씨 집안뿐만 아니라 중주 전체가 하룻밤 사이에 피바다가 될 거야!” 용준혁의 말을 들은 광재가 웃으며 말했다. “회장님, 제가 어떻게 감히 그런 생각을 하겠습니까? 그리고 저 미래를 위해 여자의 감정을 이용해야 하는 정도도 아니잖아요. 여자를 이용해서 올라서는 남자를 제가 제일 경멸한다는 거 회장님도 아시잖아요.” 말을 멈췄던 광재가 방금 전 자신이 왜 그런 말을 했는지에 대해 설명했다. “제 뜻은 도범이라는 자가 장진의 남자는 아닐까 하는 겁니다. 두 사람이 지금 썸을 타고 있는 중일 수도 있고요. 어쨌든 전쟁터에서 매일 얼굴을 맞대고 있지 않았습니까…” “그건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본다, 두 사람 모두 냉랭한 것이 살기를 내뿜던데 그런 사이일 리가 없어.” 용준혁이 웃으며 다시 말을 이었다. “어쨌든 도범이라는 사람 조사해 봐, 장진의 부하 중 하나라고 해도 그 자의 환심을 산다면 우리도 전신이랑 더 가까워질 수 있을 거야!” “알겠습니다, 요즘 중주에 전쟁터에서 돌아온 전사들이 적지 않습니다, 그중에는 공로를 세워 권력을 거머쥐게 된 분들도 많은데 그분들도 찾아뵙고 도범에 대해서도 알아보겠습니다.” 광재가 고개를 끄덕이며 흥미 돋는 얼굴로 말했다. “회장님께서 그렇게 말씀하니까 저도 도범에 대해서 관심이 생기는데요, 우리를 실망시키지 않았으면 좋겠네요.” “그래, 네 소식 기다리마!” 용준혁이 웃으며 말했다. 하지만 성 씨 집안의 상황은 달랐다. 성경일은 무척이나 화가 났다. 눈앞에 있는 장건을 쏘아보던 성경일이 물었다. “장건, 너 무슨 뜻이야? 왜 도범을 혼내지 않고 나를 그 집에서 데리고 나온 건데? 그게 얼마나 쪽팔린 일인지 몰라서 그래?” 말을 하던 그가 자신의 입을 가리키며 다시 말했다. “이거 봐, 이까지 빠졌다고. 젠장, 내가 언제 이런 억울함을 당했던 적이 있기나 했어?” “도련님, 그 자식, 단순하지 않습니다. 저도 그 자식 상대가 아닙니다.” 장건이 미간을 찌푸리고 진지하게 말했다. “흑룡이 그 자식 손에 죽었습니다. 현장에 있던 사람들의 말을 들어보니 그 자식이 어떻게 죽였는지도 모르겠다고 했습니다.” “그럴 리가, CCTV 있잖아, 그런데 그 자식이 어떻게 했는지 볼 수 없다는 말이야?” 성경일이 믿을 수 없다는 듯 물었다. “저도 찾아봤습니다, 슬로우모션으로 틀어놓고 봤는데도 자세히 볼 수 없었습니다.” 말을 멈췄던 장건이 씁쓸하게 웃더니 다시 말했다. “하지만 마지막에 흑룡의 미간이 관통된 걸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먼 곳에 있던 기둥 위에서 굉장히 가는 은침을 발견했는데 은침이 전부 돌로 만들어진 그 기둥 안에 박힌 걸 확인했습니다. 끝부분만 조금 튀어나와 있었습니다.” 장건의 말을 들은 성 도련님이 숨을 들이켰다. “장난해? 사람 머리가 관통돼서 돌기둥에 박히려면 그 속도는 얼마나 빨라야 하고 힘은 얼마나 세야 하는지 몰라서 그래?” “제 손가락이 이렇게 된 것도 그 자식이랑 내기에서 져서 스스로 잘라낸 겁니다. 그 자식 너무 무섭습니다, 도련님, 그 도범이라는 자한테 절대 덤비지 마세요, 아시겠죠?” 장건이 자신의 손을 들어 보이며 말을 이었다. “팔씨름을 하는데 도범 몸 안에 있는 힘이 너무나도 강해서 마치 그 사람 앞에서 저는 개미만도 못 한 것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세상에 그렇게 센 사람이 있다고? 너도 이미 충분히 대단한데 도범이 너보다도 더 대단하다고?” 성경일은 혼란스러워졌다. 정말 그렇다면 박시율을 손에 넣는 일은 이미 물 건너간 것이 아닌가? “네, 저도 처음으로 그렇게 무서운 존재를 봤습니다.” 장건이 감탄하며 성경일의 방에서 나갔다. 장건이 나간 뒤, 성경일은 바닥에 주저앉았다. 박시율의 아름다운 그 모습을 생각하니 그는 내키지 않았다. “젠장, 그래도 성 씨 집안이 중주에서 꽤 잘나가는데 가지고 싶은 여자 하나 얻기 이렇게 힘들단 말이야?” 성경일이 주먹을 쥐더니 단호하게 말했다. “박시율, 내가 어떻게든 방법을 생각해 내서 너를 내 침대 위에 눕히고야 말겠어!” 한편, 도범과 박시율은 이미 박 씨 저택에서 나왔다. “도범, 방금 그 말들 다 네 입으로 한 거니까 나는 다른 건 상관하지 않을 거야. 어르신 칠순잔치 때, 20억을 내놓지 못한다면 박 씨 집안의 사위가 되는 일은 포기해야 할 거야!” 나봉희가 문을 나서자마자 화가 나서 말했다. “너도 봤지, 우리 시율이를 원하는 사람이 여전히 많다는 거. 왕 도련님은 우리 시율이만 좋다면 100억도 줄 수 있다고 했어.” “어머니, 걱정하지 마세요, 저 한다면 하는 놈입니다.” 도범이 박시율의 부모님을 보며 다시 말했다. “어머님, 아버님, 5년 동안 고생 많으셨으니까 제가 옷이라도 사드리겠습니다. 사위의 마음을 받아주시죠.” “됐어, 어디 쪽팔려서 네가 사 준 옷을 입고 다니겠니? 짝퉁 사줄 거면 안 사주는 것만 못해. 나는 명품만 입는 사람이야!” 나봉희가 박시율의 손에 들린 옷을 보더니 홱 빼앗아 멀지 않은 곳에 있던 호수에 던져버렸다. “딸, 너 이렇게 값싸게 굴면 안 돼. 너 박 씨 집안 아가씨야, 사람이 가난해도 기개를 굽히면 안 되는 거야, 이런 짝퉁을 입을 필요가 없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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