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장

#그의 갑작스러운 다정한 행동에 소만리는 가슴이 두근거리고 양볼도 뜨거워졌다. 그녀는 기모진을 바라보았다.그의 옆모습은 강인했지만 표정은 무덤덤했다. "할아버지 저 왔어요.  그가 차갑게 말하자, 소만리는 즉시 알아차렸다. 알고 보니 기모진은 할아버지에게 금슬 좋은 부부 연기를 하려고 했던 것이다. 소만리는 순간 가슴이 무너져 내렸다. 이때, 식탁에는 소만영이 앉아있었다.  할아버지는 온화하고 착했다. 소만리는 왠지 모르게 할아버지가 친근하고, 마치 오래전에 할아버지를 뵌 적 있는 것 같았다.  할아버지에게 보여주기 위해 기모진은 소만영을 거들떠보지 않고 자신에게만 잘해주는 모습을 보고 놀랐다. 그는 그녀에게 반찬을 집어줄 뿐만 아니라, 새우도 까줬다. 더욱이 자신을 보고 부드럽게 미소 짓는 기모진을 보고 놀랐다. 소만리는 환한 미소로 언짢아 하는 소만영을 쳐다봤다. 이건 정말 꿈같은 일이지만, 그녀는 이 꿈에서 곧 깰 것을 알고 있었다. 식사가 끝난 후, 소만리의 손을 잡고 주차장으로 향하는 기모진의 온도는 그녀의 마음속까지 전해져 그녀의 뺨이 뜨겁게 달아올랐다. 시간이 멈췄으면 좋겠다... 그러나 현실은 참혹했다. 차에 도착했을 때 기모진은 소만리의 손을 밉살스럽게 뿌리쳤다. “혼자 알아서 가.“ 순식간에 변한 그의 태도에 소만리를 어리둥절했다. 기모진은 뒤따라오던 소만영에게 차문을 열어주고 그녀를 태우고 가버렸다. 처량하게 버려진 소만리는 가을 저녁 쌀쌀한 바람을 맞으며 기모진의 순간의 따뜻함을 흘러 보냈다.   그날 밤에도 기모진은 여전히 돌아오지 않았다. 사랑하는 남자가 지금 다른 여자 안고 사랑을 나누고 있을 때 소만리는 인터넷에서 종양에 대해 검색을 하고있었다. 그러자 그녀의 가슴이 미어졌다. 종양의 위치가 좋지 않아서 수술하기가 위험해 아이를 떼어내도 그녀의 목숨이 위험할 수 있다. 만약 그렇다면, 그녀는 차라리 이 위험을 무릅쓰고 기꺼이 기모진의 아이를 낳을거라고 결심하였다.. 다음날이 되자 소만리는 아침 일찍 병원에 가서 다시 검사를 한 후결과를 보고 운명을 받아들였다. 검진서를 보는 소만리의 눈가가 촉촉해졌다. “모진아… 기모진… 난 네가 나를 미워해도 평생 네 곁에 있을 수 있다고 생각 했어, 근데… 내 목숨이 이렇게 짧을 줄이야...... 소만리는 아련하게 거리를 거닐었다. 이때 갑자기 문자로 동영상 하나가 왔다. 동영상은 어젯밤 그녀가 억울하게 팔찌를 훔친 누명을 씌우고 있는 장면이었다. 그리고 소만영이 팔찌를 슬쩍 주머니에 넣은 모습이 영상에 찍혔다. 소만리는 누가 보낸 영상인지 알 수 없으나 이내 고맙다고 답장을 하고 재빨리 택시를 불러 기모진의 회사로 갔다. 만약 그녀가 정말 오래 살지 못해도, 비열하고 음흉한 소만영이 기모진 옆에 있는 걸 허락할 수 없었다. 그녀는 회사에 도착해 자신의 신원을 밝혔다. 그러자 안내원이 미묘한 눈빛으로 그녀를 한 번 더 확인했다. 소만리가 엘리베이터로 향하자 뒤에서 수군대는 소리가 들려왔다. 소만리는 휴대폰을 꺼내SNS를 확인고서야 어젯밤 일어난 일이 인터넷에 올라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댓글의 대부분은 그녀를 욕하고, 손버릇이 나쁘다, 미운 오리 새끼다. 완벽한 기모진에게 시집 갔어도 피는 못 속인다… 등등의 욕들이었다. 소만리는 휴대폰을 움켜쥐고 기무진의 사무실로 곧장 달려갔다. 회의를 막 마치고 나온 기모진이 소만리와 마주치자 차가운 눈빛으로 말했다. “네가 여길 왜 와? 지금 네가 얼마나 유명인사 인지 몰라?” 그는 바로 어제의 그 일을 꺼냈다. 소만리는 익명으로 보내온 동영상을 기모진에게 보여주며 말했다. "잘 봐. 도대체 누가 진짜 도둑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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