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장

소만리는 지금 험한 욕설로 뒷담화를 까고있는 여자와 소만영이 동일한 인물이라고 연상하기 어려웠다. 소만리가 소씨 가문에 입양되어 소만영을 처음 보게 된 순간부터, 그녀는 소만영이 우아하고 고귀하며, 착하고 상냥한 대가집 규수라고 생각해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 "정말 짜증나! 치밀하게 계획해서 모진이에게 술을 마시게 하고 다음날 아침 일찍 파파라치들까지 불렀는데! 그래서 모진이랑 외박한 모습이 찍혀서 모진이 아버지가 나를 기씨 집안 사람으로 허락하길 노렸는데... 방을 잘못 들어가는 바람에 다른 놈이랑 잤지 뭐야, 더 열받는건 모진이가 소만리랑 자버렸단거야!" 알고 보니 이것이 바로 진실이었고, 이것이 바로 방금전까지만 해도 소만리를 감싸주는 척하던 ‘착한 언니’의 진짜 모습 이었다. 소만리는 심장이 심하게 떨리기 시작했다. 갑자기 모든게 가소롭고 슬프게 느껴졌다. 이게 바로 기모진의 마음속 착하고 상냥한 완소 그녀이고, 사람들 눈에 우아하고 대범한 귀족 아가씨이자 소만리가 줄곧 존경해온 언니였다. "너도 바보야, 어떻게 방을 잘못 들어갈 수가 있지?" 소만영의 어머니 전예가 원망섞인 말투로 말했다. "그거야 모진이한테 좀 더 유혹적으로 다가가려고 그랬지!" 소만영의 짜증난 어투에는 조급함이 섞여 있었다. "이제 어떻게 해야지? 단 1분도 소만리가 기씨네 가문 며느리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꼴을 보고 싶지 않아! 기모진은 내 남자야!" 그러자 소구가 자신만만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그거야 간단하지, 방금 모진이가 너땜에 긴장해하는거 봤어? 네 말 한마디면 모진이는 당장이라도 그 계집애랑 이혼할 거야!" 전예도 득의양양하게 웃었다. "네 아버지 말이 맞아, 모진이는 할아버지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그 계집애랑 결혼한 거야. 모진이가 사랑하는 사람은 너야, 만영이 네가 입을 열기만 하면 기씨 집안의 며느리 자리는 니꺼야, 너 말고는 그 자리를 차지할 사람이 없어!" 이 말에 소만영은 피식 냉소를 지었다. "그 계집애가 나랑 경쟁할 자격이라도 있어? 애초에 그 계집애가 나랑 골수가 안 맞았더다면 우리 집으로 들어오기나 했을까? 매번 나를 언니라고 부를 때마다 얼마나 역겨운지 알아!?" 소만영이 내뱉은 한마디 한마디에 소만리는 순간 눈앞이 깜깜해졌고, 서늘한 기운이 등골을 오싹하게 만들었다. 알고 보니 소 씨네 집안이 소만리를 입양한 것은 착한 호의에서 비롯된것이 아니라 소만영에게 알맞는 골수가 필요했기 때문이었다. 5년 동안 언니 동생으로 지내왔던건 다 가식에 지나지 않았다. 그녀가 없는 자리에서 소만리는 그들에게 있어서 사람축에도 못끼었다. 하... 너무 가소롭다. 추악한 진실에 소만리는 속이 뒤집혀지며 토나올듯 메스꺼웠다. "아 짜증나! 그 계집애랑 모진이를 당장 이혼하게 만들려고 일부러 자살 연기까지 했는데, 내가 뭐라고 부추기기도 전에 모진이가 무슨 긴급회의가 있다고 가버린거 아니야!" 소만영의 불만섞인 투정소리가 들렸다. 알고 보니 소만영이 자살시도한것도 가짜였다. 그건 그저 기모진에게 자살 연기를 보여주어 기모진이 빨리 소만리와 이혼할수 있도록 자극하기 위해 벌인 자작극이였다. 소만리는 불현듯 우스워졌다. 기모진처럼 총명하고 지혜로운 남자가 어떻게 소만영 같은 여자를 사랑할수 있지? "만영아 조급해하지 마, 이따가 내가 모진이에게 전화해서 그 계집애가 또 일부러 찾아와 너를 자극했다고 이르마. 그래서 니가 분을 못이겨 또 자살시도 했다고 하면, 그땐 모진이가 반드시 당장 이혼한다고 그럴거야!" 병실안에서 전예가 자신의 계획을 말하자, 소만영은 이에 매우 흡족한듯 했다. "울엄마 진짜 똑똑해! 그럼 그렇게 해요!" 이순간, 그래도 가족이라고 생각했던 소만리의 마지막 미련마저 한순간에 산산조각이 났다. 그녀는 피식 웃으며 주저없이 문을 떼고 병실로 들어갔다. "내가 살아 있는 한, 기씨 집안의 며느리 자리는 소만영 네가 차지할수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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