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60장

소만영은 순진한 눈을 깜박거리면서 힘 없는 목소리로 말을 했다. 이런 티가 난 연기를 하고 있는 여우를 기모진은 눈이 안보이는 사람처럼 몰라봤다. 소만리는 기모진의 답을 들을 필요도 없이 그가 허락할거 라는걸 알고있었다. 곧 바로 기모진이 고개를 끄덕이며 “그럼 오늘 밤은 여기서 쉬어.”라고 말을 했다. 역시나. 소만리의 예상을 벗어나지 않은 답이었다. 소만리는 상황이 어이 없었지만 멀리서 소만영이 자신을 도발하듯이 쳐다보고 있는 눈을 봤다. 기모진은 이모님을 보면서 “소아가씨한테 게스트룸을 하나 준비해.”라고 말을 했다. 국을 마시고 있는데 소만리는 놀라서 사레가 들릴뻔했다. 소만영의 승리의 기쁨이 한순간에 유리 깨지듯이 바사삭 깨졌다. 잘못 들은 거겠지? 소만리는 너무 믿기지가 않았다. “소아가씨”는 나를 말하는거나? 이렇게 생각하니 모든게 말이 되었다. 기모진이 자기가 사랑하고 아끼는 사람을 찬밥 신세 시키는 일이 있을리가 없었다. 하지만 “소아가씨”는 소만영을 뜻하고 있었다. 소만영이 착하고 쿨한 이미지를 유지하려고 노력하는게 눈에 보였다. 그녀의 이마에는 화가 나서 혈관들이 터질라 했다. 이 광경을 본 소만리는 그야말로 사이다를 먹은듯이 속이 뻥 뚫렸다. 그렇지만 기모진이 진짜 소만영을 혼자 두고 싶어서 이런 선택을 한게 아니다. 다만 집에 보는 눈이 많아서 조심스러워하는 것일뿐이다. 소만리가 방으로 돌아가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기모진도 들어왔다. 소만리는 지쳐서 옷을 하나하나 벗고 있는 기모진을 보며 소리쳤다. “기모진, 뭐하자는 거야!” 말이 끝나자 방에는 정적이 흘렀고 밖에 비가 주르륵주르륵 내리고 있는 소리만 들렸다. “너 계속 기가 며느리놀이 하고 싶잖아.”기모진은 말했다. 그는 고개를 돌렸다. 깊은 눈동자에서는 재미를 찾는 악마의 눈빛이 보였다. “그렇게 그 자리를 놓치지 싫으면 내가 평생 앉게 해줄게.” 그의 말투는 평온해 했지만 그 말에서 한기가 날라온듯이 그녀의 몸을 감싸며 심장까지 직통해 몸이 추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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