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24장

주성호의 아내는 박은정, 곧 주경민의 어머니였는데 추영자의 언니인 추연희와 아주 절친한 사이였다. 하여 추영자는 주성호와의 관계를 받아들일 수 없었다. 하지만 그 시점에서 박은정은 이미 세상을 떠난 후였다. 그는 추영자가 왜 고집스럽게 그것을 이유 삼아 자신을 거절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쉽게 물러서지 않았다. 권력과 지위를 활용해 그녀 앞에 자주 모습을 드러냈고 깜짝이벤트를 준비하거나 그녀가 겪는 어려움을 대신 해결해 주었다. 그렇게 한 걸음씩, 천천히 그녀의 삶 속으로 파고들었다. 그는 추영자가 세상 누구보다 아끼는 사람이 바로 언니인 추연희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기에 비열하게도 세은그룹의 자금 위기를 틈타 자신이 도울 수 있다는 뉘앙스를 은근히 풍기기 시작했다. 게다가 그녀 앞에서 끊임없이 주경민의 근황을 언급했다. 추영자의 조카딸 심자영은 주경민과 어릴 적부터 알고 지낸 사이로 둘은 매우 가까웠다. 주경민이 어머니를 잃은 뒤 어린 심자영은 어떻게 하면 사람을 위로할 수 있는지 본능적으로 알고 있는 듯 늘 주경민 곁에서 그를 격려하며 웃게 만들어주었다. 그렇게 추영자가 가끔 심자영을 데리고 주씨 저택에 들렀고 자연스럽게 그녀 역시 어린 나이에 어머니를 잃은 아이에게 깊은 애정을 품게 되었다. 그때 이미 주성호는 알고 있었다. 한 번 아이에게 정을 붙인 여자의 감정은 쉽게 끊기지 않는다는 것을. 그렇게 그의 다각적인 공세 아래 추영자의 마음도 점점 흔들리기 시작했고 결국 그의 청혼을 받아들였다. 결혼 후, 그녀는 약속한 대로 박은정이 남긴 아이를 정성껏 돌보며 주경민에게 친어머니와 다를 바 없는 사랑을 쏟았다. 하지만 언니와 형부가 사고로 세상을 떠나고 그녀가 세은그룹을 인수하면서 점점 바빠지기 시작했다. 그는 사실 알고 있었다. 추영자의 마음속에서 그 누구도 언니를 뛰어넘을 수 없다는 것을 말이다. 사실 그 당시에는 그리 개의치 않았다. 어차피 그녀는 이제 자신의 사람이 되었고 자신을 사랑하게 되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그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