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25장

주성호는 차가운 추영자의 얼굴을 어루만지며 탐욕과 집착이 가득한 눈빛으로 그녀를 응시했다. "추영자, 자살로 날 협박할 수 있다고 생각했어? 내가 그런 방식에 굴복하고 널 놓아줄 거라 믿은 거야? 내가 늘 넌 순진하다고 했지. 역시 내 생각이 틀리지 않았군." 그는 그녀의 얼굴을 가까이 들여다보며 속삭였다. "좋아, 추영자. 우리 이렇게 서로 원망하며 평생을 보내자. 네가 날 미워해도 상관없어. 어쩌면 미움이 사랑보다 훨씬 강렬할지도 몰라. 넌 평생 날 잊지 못할 거야. 그거면 충분해." 막 의식을 되찾은 추영자가 제일 먼저 들은 것이 바로 이 말이었다. 아직 정신이 흐릿한 상태에서 갑자기 입술에 촉촉한 감촉이 느껴져 눈을 번쩍 떴더니 주성호가 그녀의 입술에 키스하고 있었다. 추영자는 즉시 그를 밀쳐내려 했지만 몸을 움직이려는 순간 온몸에 퍼지는 통증 때문에 힘을 쓸 수 없었다. 그녀가 깨어나자 주성호는 기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영자야, 깨어났구나.” 그는 허리를 펴며 추영자의 살기 어린 증오의 눈빛은 아랑곳하지 않은 채 얼굴 가득 미소를 지었다. “정말 다행이야. 얼마나 걱정했는지 몰라.” 추영자는 과다 출혈 탓인지 온몸에 한기가 스며들고 현기증이 밀려와 잠시 숨을 고르고는 갈라진 목소리로 힘겹게 말을 꺼냈다. “주성호, 왜 날 구한 거야? 이렇게 잡아둘 거면 차라리 죽게 놔뒀어야지.” 그 말은 마치 얼음물을 끼얹은 듯 분위기를 차갑게 만들어 주성호의 표정은 차갑게 굳어져 버렸다. 추영자가 지금처럼 숨만 쉬어도 쓰러질 것 같은 상태가 아니었다면 그는 분명 분노를 억누르지 못하고 그녀의 목을 조르고도 남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녀의 창백한 얼굴을 보자 그는 가까스로 분노를 삭였다. “영자야, 어디 불편한 데는 없어? 의사 불러올게.” 주성호가 자리에서 일어나 이불을 정돈해 주자 추영자는 혐오감이 가득한 눈빛으로 그를 노려보며 쏘아붙였다. “주성호, 네 그 위선적인 관심 따위 필요 없어. 언제까지 날 이렇게 가둬둘 생각이야?” “가둔다니... 너 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