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00장

이렇게 구차한 변명을 그녀는 들추어내고 싶지 않았다. 휴대폰을 손에 쥔 뒤 밀어서 열고 비밀번호를 입력해야 할 때 바로 긴급전화를 걸었다. "뭐 하는 거야!" 허가윤은 갑자기 다급해졌다. "사실대로 말하지 않으면, 지금 경찰에 신고할 거야.” 안소희는 그녀가 무엇을 숨기고 있는지 몰랐다. "납치는 형법상 형량이 높기 때문에 남은 생을 감방에서 보내고 싶다면 계속 숨겨도 돼." "안소희!" 허가윤은 예전 모습을 되찾은 듯 했다. 안소희는 그녀의 표정과 눈빛의 변화를 보고 한마디 물었다. "말 안 할 거구나." "할 말은 벌써 다 했어." 허가윤은 숨을 크게 들이마셨고, 눈에는 온갖 표정이 스쳐지나갔다. "너 또 어쩌려고." "그럼 경찰에 신고할게." "신고하면 안 돼!" 경찰에 신고하면 그녀는 안 들어갈 터였다. 그 사람은 어떻게든지 그녀를 빼낼 수 있다. 하지만 그녀를 빼낸 뒤에는 지옥보다 더 끔찍한 날들이 그녀를 기다리고 있을 거였다. 안소희와 그녀는 계속 맞서고 있다. 허가윤은 휴대폰을 뺏을 수도 없고, 안소희를 설득할 수도 없었다. 그녀는 안소희의 실력으로 봤을 때 경찰에 신고하고 싶었다면 진작에 경찰에 신고했을 것이고, 여기서 그녀와 꾸물거릴 필요가 없다는 걸 알고 있었다. "뭐가 널 이렇게 까지 만들었는지 모르겠어." 안소희는 이해할 수가 없었다. "만약 너가 안에서 나를 보내주지 않고, 막아주지 않고, 그들이 나를 짓밟도록 내버려두었다면, 나는 널 아주 나쁜 사람으로 생각했을 거야." 나쁜 사람에게 그녀는 여태껏 자비를 베푼 적이 없었다. 하지만 허가윤의 반응이 너무 이상했다. "가족있어?" 안소희 갑자기 화제를 바꾸어 물었다. 허가윤은 아무런 반응도 하지 않았다. "뭐..." "가족이라." "있어." 그렇게 말하자 안소희는 휴대폰을 그녀에게 돌려주고 발길을 돌렸다. 허가윤은 안소희가 헷갈렸고, 그녀가 도대체 무엇을 하려는지 전혀 알지 못했다. "어디 가는데?" "네 가족을 찾아가 네가 범죄의 길을 걷고 있다는 것을 말해." 안소희는 떠보듯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