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14장

직원이 두 사람에게 이혼에 동의하는지 물었을 때 나영재는 동의하지 않는다고 대답하고 싶었다. 그 말을 하는 순간 안소희는 인사도 없이 강성을 떠날 것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그렇게 되면 이날 이후로 나영재의 인생에 안소희는 더 이상 등장하지 않을 것이다. 그리하여 나영재는 이혼에 동의한다고 대답했고 서명했다. 이혼 증명서를 받았다. 오후 4시 40분, 나영재와 안소희는 각자 이혼 증명서를 손에 든 채 법원을 나왔다. 안소희는 이상한 기분이 들었지만 나영재가 첫사랑이자 전남편이었기에 이상한 기분이 드는 것은 당연하다고 스스로 결론을 내렸다. 아까 서도훈이 보내온 메시지를 떠올리고 안소희는 나영재를 향해 입을 열었다. "잘 가." "잘 가." 나영재는 침착한 눈동자로 안소희를 바라보았다. 안소희는 뒷모습을 보이며 미련 없이 떠났다. 이곳에서 안소희가 살고 있는 곳까지 꽤나 거리가 멀다는 것을 떠올린 나영재는 성큼성큼 걸어가 안소희를 불러 세웠다. "여기 택시 잡기 힘들어. 내가 데려다줄게." "괜찮아, 데리러 올 사람 있어." 안소희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서도훈이 나타났다. 안소희 앞에 차를 멈춘 서도훈이 차 창문을 내려 안소희를 불렀다. "소희야, 타." "응." 안소희는 차를 향해 다가갔다. 나영재는 미세하게 미간을 찡그렸다. 안소희가 서도훈의 차에 오르려는 모습을 지켜보던 나영재가 그녀의 손목을 잡아 뒤로 잡아당겼다. 안소희는 갑작스러운 나영재의 행동에 비틀거리다 화를 냈다. "뭐 하는 거야!" "서도훈 씨가 왜 여기 있어?" 나영재는 차가운 어조로 물었다. 심지어 나영재는 서도훈이 두 사람의 이혼을 기다렸다가 바로 안소희를 데리고 혼인신고를 하러 가는 장면을 상상했다. 그럴 가능성도 있다는 생각이 들자 마음속에서 화가 치밀어 올랐다. "왜 여기 있겠어? 당연히 날 데리러 온 거지." 안소희는 나영재의 손에서 손목을 빼냈다. 안소희는 나영재에게 오늘 서도훈과 함께 강성을 떠나 서울로 간다고 이야기하지 않았다. 말하지 않은 가장 큰 이유는 나영재의 상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