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691화

다들 흑영의 말을 듣고 혀를 찼다. 하긴 집안 아가씨를 구해줬는데, 보상으로 돈을 조금 주는 것까지 아까워하다니? 게다가 은혜를 원수로 갚아, 딸을 시집보내 없는 형편에 밥까지 나눠 먹게 한다니? 어찌 온가에게 마음이 가겠는가? 우문소는 조용히 진예를 안고 갔다. 그는 이 일이 성사되지 않으면, 왕유월에게 희망이 남는 것이니, 그것도 괜찮다고 생각했다. 어쨌든 왕유월은 서로 잘 알고 있는 고향 사람이니, 믿을 수 있는 사람이었다. 라만은 이제 그들보다 한 단계 높은 수준의 신분이라 생각하고 있기에, 다른 방식으로 살아가는 것을 생각하기 시작했다. 그저 단순히 먹고 사는 것에 만족하는 게 아니라, 더 큰 바람을 생각하게 되었다. 그래서 온가에서 혼담을 전하러 왔을 때, 그녀는 진지하게 고려했었다. 라만은 흑영의 말을 듣고, 처음에는 속 좁은 생각이라 느껴졌다. 하지만 자세히 생각해 보니, 맞는 말이었다. 온가에서 어찌 보상을 주지 않는 것일까? 딸을 구해줬는데, 고마움을 표한 적도 없었다. 명문가가 이렇게 행동하다니? 너무 소심하지 않은가? 그래서 라만은 다음 날 바로 답을 전했다. 그녀는 고향에 흑영이 마음에 두고 있는 여인이 있다고 전했고, 그래서 온 아가씨와 혼담을 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리고 흑영이 온 아가씨를 구한 것은 그저 정의로운 행동일 뿐, 다른 이유가 없었다고 특히 강조했다. 상서 부인은 라만의 말을 듣고, 약간 실망했지만, 흑영의 인품을 매우 존중하며 라만에게 대단하다고 뜻을 전했다. “북당은 비록 가난하지만, 선한 사람이 많습니다. 특히 흑영 장군 같은 의로운 사람은 매우 존경할 만합니다. 왕비의 뜻을 이해했으니, 온가 쪽은 제가 알아서 잘 전달하겠습니다.” 하지만 중매쟁이는 포기하지 않은 듯 다시 물었다. “정말 이 혼담을 고민하지 않으십니까? 온 아가씨는 현명하고 참한 분입니다. 혼인하게 되면 지참해 온 예물로 분명 형편도...” “그만하시게.“ 상서 부인은 중매쟁이가 상대의 자존심을 건드릴 만한 말을 꺼내려 하자, 다급히 그녀를 막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