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72화

서규영은 냉정함을 유지하며 말을 이었다. “네가 남에게 약을 먹이고 다른 사람의 인생을 망치려 했잖아. 그러니 이 결과도 그저 네가 한 짓의 대가를 치른 셈이야. 인과응보라고.” 끊임없이 눈물을 쏟아내는 고나율을 보는 서규영은 마음 한구석이 무척이나 아팠다. 고나율이 시골에서 처음 올라왔을 때부터 그녀를 보살펴온 게 서규영이었으니까. 지난 2년 동안, 그녀는 고나율의 성적이 꼴찌에서 최상위권으로 올라올 수 있도록 매일을 밤낮없이 가르쳤고 하루도 빠짐없이 그녀에게 영양식을 챙겨 먹였다. 고나율의 성적은 서규영의 노력으로 어떻게든 변화시킬 수 있었지만 그녀의 심성만큼은 도저히 바꿀 수 없었다. 고나율은 서규영이 자신을 몰아붙이고 있다는 사실에 절망했다. 마음속에 억눌려 있던 모든 감정이 순간 격렬하게 폭발했다. 고나율이 가장 증오하는 사람은 서규영이었다. 그녀가 결정적인 순간에 자신을 버리고 떠나지 않았다면, 집을 뛰쳐나가지 않았다면 지금 같은 비참한 일은 절대로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고나율은 만약 그때 서규영이 제멋대로 집을 나가지 않고, 매일 점심 자신에게 도시락을 싸줬더라면 자신은 박유준과 아무 문제 없이 매일 함께 점심을 먹었을 것이고, 그들의 관계가 더 오래 지속되면서 박유준이 자신에게 단순한 우정보다 더 깊은 감정을 품게 됐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무엇보다 서규영 없이 혼자 공부하게 되자 고나율의 성적은 나락으로 떨어졌다. 본래는 명문대 진학을 확신했으나, 불과 한 달여 만에 대학 입학 최저 기준선조차 넘기기 어려운 수준이 되어버린 것이었다. 이 모든 생각에 미치자 서규영에 대한 고나율의 마음은 뼈를 깎는 듯한 증오로 가득 찼다. “언니는 그런 말 할 자격 없어요! 이건 전부 언니 탓이니까!!! 난 평생 당신을 증오할 거예요!” 자리를 박차고 일어난 고나율은 거의 포효하듯 울부짖었다. 그때, 박시형이 손바닥으로 회의용 탁자를 쾅, 하고 내리쳤다. 요란한 소리와 함께 방 안은 즉시 싸늘하고 숨 막히는 침묵에 휩싸였다. 놀란 고나율은 순간 몸을 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