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78화

서규영과 박시형은 인파에 둘러싸여 쉴 새 없이 축하주를 받고 있었다. 주위 사람들은 경쟁이라도 하듯 듣기 좋은 축하의 말을 쏟아냈다. 그 광경을 지켜보던 고태빈은 싸늘하게 웃었다. ‘누가 보면 박유준이 두 사람 친아들이라도 되는 줄 알겠군.’ 그의 눈빛에는 축하 대신 지독한 질투와 증오만이 담겨 있었다. 연회장 한쪽은 세상의 축복을 독차지한 듯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가득했지만, 고태빈은 그 빛의 테두리 바깥, 어둠 속에 몸을 감춘 채 그들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어야 했다. 그리고 마침내, 긴 기다림 끝에 그가 염원하던 기회가 찾아왔다. 최상층의 연회장은 호화로운 복층 구조로 되어 있었다. 황금빛으로 번쩍이는 양쪽의 회전 엘리베이터는 위층으로 향했고, 그 위층에는 손님들을 위한 프라이빗한 휴게실들이 마련되어 있었다. 고태빈은 서규영이 그 휴게실 중 한 곳으로 사라지는 순간을 놓치지 않았다. 그는 사람들이 술잔을 기울이며 축하와 환호에 정신이 팔린 틈을 타, 그림자처럼 움직이며 회전 계단을 따라 서서히 위로 향했다. 그의 발걸음은 조심스러웠으나, 목적지까지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었다. 아래층의 시끄러운 소리가 완전히 차단된 위층은 숨 막힐 듯 고요했다. 복도를 꿰뚫는 고태빈의 구두 소리만이 정적을 깰 뿐이었다. 마침내 서규영이 들어선 휴게실 앞에 멈춰 섰을 때, 그는 망설임 없이 손을 뻗었다. 격식 있는 노크 따위는 생략했다. 고태빈은 문손잡이를 짓누르듯 돌려 재빨리 안으로 발을 들여놓았다. 서규영은 안락한 소파에 기대 잠시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리자 그녀는 무의식적으로 박시형이 따라 들어왔을 것이라고 짐작했다. 그러나 문간에 선 인물이 고태빈임을 확인한 순간, 그녀의 눈빛은 마치 한겨울의 새벽 공기처럼 순식간에 얼어붙었다. “고태빈? 네가 여긴 어쩐 일이야?” 그녀의 목소리는 미세한 떨림조차 허용하지 않는, 잘 제련된 강철처럼 냉랭하고 단호했다. 휴게실 안으로 들어선 고태빈은 외부 세계와의 연결을 차단하듯 등 뒤의 문을 쾅 닫아버렸다. 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