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80화

서규영의 말은 날카로운 단도가 되어 고태빈의 가슴 한가운데를 꿰뚫었다. 서규영의 말이 맞았다. 고태빈은 행복하지 않았다. 사실 그녀가 떠난 뒤, 단 한 번도 행복하다고 느껴본 적이 없었다. 어릴 적에는 산을 벗어나면 행복할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막상 도시로 나오고 더 넓은 세상을 보자, 그는 더욱 심한 자격지심을 느끼게 되었다. 고태빈은 성공하면 행복해질 거라고 믿고 더 열심히 노력했다. 그러나 사업이 성공하고 가정이 화목해도 그는 행복을 느끼지 못했다. 그래서 고태빈은 자신의 진정한 사랑과 함께해야만 행복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 이유로 박해은과 가정을 꾸렸고, 그때부터 쭉 그녀와 함께 지내고 있지만 고태빈은 여전히 행복하지 않았다. 지금의 그는 원했던 모든 것을 가졌다. 돈, 재산, 지위, 그리고 사랑까지. 하지만 서규영이 떠난 뒤, 고태빈은 하루도 편안하게 잠들지 못했다. 그는 문득 서규영이 자신과 함께 사업을 위해 고군분투했던 그 몇 년만이 자신의 인생 중에서 가장 편안했던 시절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치 저주처럼, 고태빈은 영원히 무언가를 쫓고, 영원히 잃어버리는 삶을 살고 있었다. “넌 내가 너 없이 사람 구실도 못 하고 살 것 같아?” 자기 좋을 대로 떠들어대는 고태빈을 바라보는 서규영의 눈에 노골적인 짜증이 떠올랐다. “네가 어떻게 살든 나랑은 아무 상관도 없어. 부탁이니까 나 좀 그냥 내버려둬.” 서규영이 자신을 무시하고 경멸하는 태도를 보이자 고태빈은 주먹을 꽉 움켜쥐었다. 당장이라도 이성을 잃고 그녀에게 달려들 것 같았다. “널 가질 수 없다면... 차라리 부숴버리는 게 나아.” 굶주린 늑대처럼 서규영에게 달려든 고태빈은 거친 손길로 그녀를 소파 위에 밀어붙인 뒤 그녀의 가는 두 팔을 제압했다. 우악스러운 손길로 그녀의 옷을 찢어발긴 그는 무자비하게 서규영을 유린했다. 휴게실 안에는 서규영의 비명과 애원만이 가득 울려 퍼졌다. 고태빈은 발버둥 치는 서규영을 깔아뭉개며 후련함과 통쾌함을 느꼈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은 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