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87화

원래는 편안하게 말년을 즐기며 보내야 했지만 그녀는 갑자기 건강이 무너져 내렸다. 게다가 간호사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원래는 그렇게까지 심각하지 않았는데 늦게 발견이해서 그런 것이라고 했다. 그녀의 마음속에는 한이 쌓였다. “엄마!” 고태빈이 밖에서 외쳤다. 그의 얼굴에는 불쾌감이 역력했다. 이제 온 병원이 그들 형제를 배은망덕한 놈이라고 수군대고 있었다. 안으로 들어선 고태빈은 바닥에 쪼그리고 앉아 눈가가 빨개진 채 유리 조각을 줍고 있는 고나율을 보았다. 지난번 일을 겪은 후 고나율은 훨씬 얌전해졌다. 이 기간에 그녀는 묵묵히 병원에서 장경희를 간호하며 궂은일을 마다하지 않았다. 어쨌든 친동생이었기에 고태빈은 당연히 그녀를 시골로 돌려보낼 생각이 없었다. 하지만 그녀는 평범한 대학에도 합격하지 못했기에 고태빈도 골치가 아팠다. 해빈 상장 이후의 화려한 성공이 고나율에 대한 그의 분노를 희석해 주었다. 고태빈은 이미 고나율에게 이번 기간 동안 착하게 굴면 해외 연수를 보내주겠다고 약속했다. 그래서 고나율은 요즘 매우 얌전했다. 장경희는 문 쪽을 보다가 고태빈과 박해은이 서 있는 것을 보고는 다시 울부짖었다. “배은망덕한 놈들! 너희는 너희 인생만 즐기면 돼? 내 인생은 왜 이렇게 고달픈 거야. 여보, 나 차라리 당신한테 가는 게 낫겠어요. 당신이 낳은 이 망할 아들딸이 저를 이렇게까지 만들었어요. 저 지금 사는 게 사는 게 아니라고요.” “엄마, 또 시작이시네요. 지금 누릴 만큼 누리시면서 뭐가 불만이세요? 제가 엄마한테 어떻게 한 적 있나요? 제가 아니었으면 엄마는 지금 이렇게 살아있지 못할 거예요.” 고태빈은 장경희의 이런 식의 말을 더는 참을 수 없었다. 이전에는 그녀의 병 때문에 독한 말을 하지 않았지만 이제는 소라도 때려잡을 듯 기운이 넘치는 것을 보니 더는 참을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어떻게 나한테 그렇게 말할 수 있어?” 장경희는 눈앞의 아들을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바라보았다. 아들은 늘 꽤 효성이 깊었고 이렇게 말하는 법이 거의 없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