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334장

닭 모양의 이형 생물은 뭔가 비밀이라도 있는 듯 슬쩍 발끝으로 다가오더니 화려한 꼬리깃을 이천후의 코끝에 살랑살랑 문질렀다. “믿을 만한 소식이 하나 있어! 음양 성자가 인간족 천재 하나를 손에 넣었지 뭐야. 전설 속의 보리도체라는데 이름이 아마 조... 조민희! 보리도체와 음양도체가 쌍수 공법을 펼치면 그 위력은 정말 상상도 못 해!” “푸헉!” 이천후는 그 말에 너무 놀라서 입에 머금고 있던 물을 그대로 뿜고 말았다. 뿜은 물은 정통으로 닭 생물의 벌겋게 솟은 볏에 튀었다. “네 이놈, 조상 묘에 시커먼 연기가 피어오르겠구나!” 닭 생물은 날개를 퍼덕이며 성질을 폭발시켰다. 이천후를 향해 노려보며 소리쳤다. “내 고귀한 봉혈 주사 볏에 침을 뿌리다니!” 이천후는 그 생물의 날개를 잡아채 눈앞으로 끌어당겼다. “네 이놈, 네 이모의 고모의 고모댁까지 죄다 끌어와도 모자라겠다! 조민희 그 여잔 자존심이 하늘을 찌르고 요괴 족속 따위는 발끝의 계단도 밟지 못할 텐데 어떻게 음양 성자와 약혼을 한단 말이야?” “악, 놔! 이거 놔!” 닭 생물은 가느다란 두 다리로 허우적거리며 외쳤다. “사람 말 좀 들어봐! 약혼 예물로 천정 광맥 하나 통째로 들이부었다고! 구전금단도 무게로 퍼줬어! 게다가 성자가 인간 형상으로 변한 뒤엔 꽤나 미남이라더라. 복근이 여덟 개나 되는 데다 비늘이 반짝반짝하다던데...” 말이 끝나기도 전에 닭 생물은 날개를 퍼덕이며 악취를 몰아쳤다. 준비가 안 돼 있던 이천후는 그만 닭장 냄새를 코에 가득 들이마셨고 바로 기침을 하며 휘청거렸다. 그 틈을 타 닭 생물은 재빨리 도망쳐 날개 한쪽을 허리에 얹고는 꼿꼿이 선 자세로 말했다. “야, 너 그 꼴 좀 봐! 여신이 약혼했다고 그렇게 무너져? 뭐가 그렇게 충격이야, 응?” 이천후 자신도 조금 전의 행동이 좀 과했다는 걸 느끼고 진정한 어조로 말했다. “신... 아니, 형님. 실례했습니다. 제가 조민희 성녀를 오래도록 흠모해왔기에 성녀님이 약혼했다는 말을 듣고 순간적으로 받아들이지 못했을 뿐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