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406장

서라차 마왕은 한 치의 거짓도 없이 순순히 입을 열었다. “우리는 일단 먼저 음양 성자와 손을 잡고 만요산을 억누르는 데 힘을 보탰어. 반항하는 요괴들을 싸그리 쓸어버렸지. 그 자식이 요왕의 자리에 오르면 동유허 대마왕께서 그놈한테 ‘쇄혼련’을 씌우실 거야. 그렇게 되면 만요산 전체가 우리 천마군단의 앞잡이가 되겠지. 그다음에 바로 등천로 위에 군림한 천교 놈들을 모조리 갈아버릴 거야.” 이천후의 동공이 순식간에 좁아졌다.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그는 이 마물들이 그저 음양 성자의 약혼식장에 모인 생령들을 노리는 줄만 알았다. 하지만 실상은 전혀 달랐다. 이들은 이미 천라지망을 펼쳐놓고 등천로 전체를 피로 물들이려는 음모를 꾸미고 있었던 것이다. ‘이건 단순한 계략이 아니야. 이건... 도륙이야!’ 이천후는 침을 꿀꺽 삼켰고 등에 식은땀이 흘렀다. 무엇보다도 가장 끔찍한 것은 음양 성자란 놈이 자발적으로 마족의 개가 되어 동족에게 칼을 들이대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그는 마물보다도 더 악독했다. “동유허는 도대체 어떤 놈이야?” 이천후는 손가락 마디가 하얗게 질릴 정도로 주먹을 꽉 쥐었다. 그런데 서라차 마왕은 그 이름을 듣자마자 마기가 흩어질 정도로 벌벌 떨었다. “그분은 우리 천마군단의 살아있는 염라대왕이셔! 수련 경지는 부대경 후기고 마공은 하늘과 땅을 뒤엎는 수준이지...” 그러더니 이내 목소리를 낮추며 붉은 눈동자를 이리저리 굴렸다. “나와 그분 외에도 남식일과 북태음이라는 두 마왕이 더 있어. 우리는 ‘4대 마왕’이라 불려.” “동유허란 놈은 어떻게 생겼어?” 이천후는 내색도 없이 덧붙였다. “검은 도포를 뒤집어쓰고 허리까지 늘어진 백발에 두 눈구덩이에는 ‘유명 귀화’가 타오르고 있어...” 서라차는 말하며 손끝으로 마기를 운용해 환영을 만들어냈다. 그 순간 이천후는 등골이 싸늘해졌고 등에 남은 옛 상처가 욱신거리며 고통을 알렸다. ‘그놈이었구나!’ 전에 그를 추격했던 그 검은 도포의 늙은 마물, 바로 그놈이었다. 그때 산을 쪼개던 그 압도적인 기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