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8화

“군주마마, 때가 되거든 눈 부릅뜨고 잘 지켜보시지요.” 김신재가 자신만만하게 말했다. “눈을 부릅뜨긴 해야겠다. 네가 우리를 데리고 구덩이에나 빠뜨리지 않을지 걱정이라서.” 이무령이 지지 않고 받아쳤다. 두 사람이 농을 주고받는 사이, 이무열은 술잔을 꿀꺽 비우더니 머리를 쥐어뜯었다. 얼굴 가득한 답답함을 숨기지 못하며 말했다. “김 소부의 말대로 하자. 나는 옥문관에 가서 시간이나 끌 테니, 부인께서 중심을 잡아주시오. 부인께서 무사히 아이를 품는 것만 성공하면, 북정이고 뭐고 나중 문제이니...” 강청연은 더욱 무거운 책임감을 느꼈다. 이곳은 그녀의 친정이었다. 만에 하나 실패하면 강씨 왕조 백 년의 기반이 한순간에 무너질 수 있었다. 그러나 김신재는 적어도 그녀의 명예를 아껴주려 했다. 그 마음에 가슴 한쪽이 은은히 따뜻해졌다. 적어도, 오로지 제 왕위만을 신경 쓰는 지아비 이무열보다는 백배 나으리라 생각했다. 김신재와 이무령은 다시 환관 숙소로 돌아왔다. 이미 네 명의 심복 부하들이 가지런히 서서 대기하고 있었다. 그들 모두는 겉으로는 당당했지만, 속으로는 긴장에 몸을 굳히고 있었다. 이무령이 이씨 왕조 제일의 미인이라 해도, 군주를 모욕하면 곧바로 목이 달아날 일이었다. 김신재는 하품을 흉내 내며 대충 침상에 쓰러졌다. “피곤하니, 각자 알아서 침상 정하시지요.” 이무령은 부하들을 둘러보며 물었다. “오늘 밤, 누가 나와 한 침상을 쓰겠느냐?” 순간, 네 명의 부하가 동시에 벌떡 무릎을 꿇었다. “군주마마, 소인은 감히 그럴 수 없습니다. 집에 늙은 부모와 아이들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소자도 마찬가지입니다! 부모님이 칠순을 넘기셨고, 집안 식구가 열 손가락도 넘습니다!” “저희도 갓 태어난 아이들이 있습니다! 군주마마! 살려주시옵소서!” 이무령은 어이가 없어 한숨을 쉬었다. “무슨 헛소릴 하는 것이냐. 솜옷 입고 곱게 누워 자면 될 일이다.” 그러나 부하들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군주마마께서는 절세가인, 눈을 감고도 알아볼 수 있을 만큼 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