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8화

청월루 앞에는 인파가 잔뜩 몰려 있었다. 연제국 최대의 유흥지로 한꺼번에 천 명이 넘는 손님을 받아들일 수 있는 곳이었다. 본관은 여색을 즐기는 장소로 일곱 층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아래 세 층은 음주가무를 즐기는 곳이었고 위에 네 층은 손님이 머무는 객실이었다. 이곳에는 노래와 춤을 선보이는 기녀, 무희를 포함하여 무려 삼백여 명의 여인이 상주하고 있었다. 별관은 연희와 다과를 즐기는 누각으로 삼 층 규모였으며 오히려 본관보다 훨씬 넓었다. 중앙에 거대한 마당이 있어 그곳에 무대가 있었기 때문이다. 평화로울 때면 북정 각 부족의 부유한 이들이 이곳을 찾아 술을 마시고 풍악을 즐기기도 했다. 북정 출신의 기녀들도 청월루에 머물며 고유한 창법과 춤사위로 인기를 끌었다. 연제국과 북정은 수백 년을 맞붙고 화해하며 살아왔다. 십 년은 평화롭고 또 십 년은 전쟁이 끊이지 않았다. 서로를 없애지도 못하고 깊게 얽혀 있는 관계였다. 한때 덕종이 세력을 키울 무렵 두 나라가 무력을 합쳐 덕헌국에 대항하려 한 적도 있었다. 그러나 경왕은 북정인들이 성격이 거칠고 부족끼리조차 하나로 뭉치지 못하며 게으르고 약탈을 일삼는 자들이라 판단하여 끝내 덕헌국에 의탁하기로 결심했다. 이 때문에 덕종은 옥문관에 대군을 주둔시키며 안으로는 연제국을 견제하고 밖으로는 북정을 압박하는 전략을 세웠다. 최근 북정이 변방에서 날뛰자 경왕은 본래 영내에 있던 북정인을 전부 추방하려 하였다. 덕종에게 충심을 보이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구상철은 반대했다. 그는 연제국이 포용하는 기개를 보여야 하며 훗날 덕헌국과 등을 돌리게 되더라도 북정을 통한 탈출구를 마련해 둬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왕은 이미 가장 사랑하는 딸을 덕헌국 세자빈으로 보낸 터였다. 일찌감치 조공국이 될 각오를 다진 셈이었다. 애초에 인구, 병력, 전투력 어느 하나도 덕헌국과 견줄 수 없었다. 덕종은 이 점을 아는 군주였기에 연제국이 충성을 다하기만 하면 특별히 괴롭히지 않았다. 옥문관에 주둔하는 이십만 대군의 군량까지도 덕헌국이 칠 할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