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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2화

“누굴 선택하든 상관없잖아?” 박지훈은 성유리의 아랫입술에 시선을 고정한 채 살짝 누르며 말했다. “유리 씨가 날 선택하면 우리 조카를 미치게 할 확률이 다른 누구보다 클 거야.” 성유리는 처음으로 이 남자도 미친 면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 “대표님이 왜 날 도와줘요? 분명 좋아하는 사람이 있는데...” “우린 한 가족이니까, 네가 괴롭힘당하는 걸 참으면 안 되지.” 박지훈은 입꼬리를 올렸다. “이 이유라면 되겠어?” “당분간 진우 씨를 혼낼 생각은 없어요. 고마워요, 대표님.” 재빨리 박지훈의 곁에서 벗어나 문을 연 성유리는 남자가 반응하기도 전에 얼른 사라졌다. 그녀가 들어가는 모습을 흘끗 본 박지훈은 입가에 살짝 미소를 지었다. ‘생각보다 놀리기 쉽네’ 재빨리 집 안으로 들어간 성유리는 현관문을 닫은 뒤 문에 기대었다. 편지를 쥔 손은 아직도 계속 떨리고 있었다. “무슨 귀신이라도 봤어? 왜 그렇게 긴장한 거야?” 소리를 들은 진미연은 방에서 고개를 내밀며 1층 현관에 있는 성유리를 바라보았다. 안 그래도 긴장하고 있었던 성유리는 진미연의 갑작스러운 목소리에 깜짝 놀라 몸을 떨었다. “장난치지 마!” 성유리가 진미연을 노려보며 말했다. “넌 자기나 해.” 진미연은 점점 더 크게 웃었다. “설마 전남편한테 강제로 키스 당한 거야?” 성유리가 진미연을 흘겨보더니 진지하게 말했다. “그럴 바엔 차라리 귀신을 만나는 게 나아...” “이 말을 박진우가 들으면 당장 우리 집 쳐들어오겠네.” 2층 복도에 서 기대어 있는 진미연은 큰 소리로 웃었다. 성유리가 담담하게 말했다. “문단속 잘하면 못 들어올 거야.” 진미연은 한참을 웃다가 방으로 들어갔다. “일찍 쉬어! 시간이 늦었어.” 가볍게 ‘응’이라고 대답한 성유리는 재빨리 화장실로 들어갔다. 목욕을 마친 뒤에야 점차 마음이 진정되었다. 박진우의 작은아버지와 이렇게 가까워질 줄 몰랐고 박지훈이 박진우를 혼내주기 위해 본인이 협조해 연기할 수 있다고 제안할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사실 아주 좋은 기회였지만 이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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