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00화

이재석은 원래 이석민과 강채윤 사이의 일을 알고 있었다. 그러던 와중에 며칠 전에 조유림이 교통사고를 당하고 이석민이 파혼하겠다고 해서 급히 병원에 실려 온 것이다. 그런데 강채윤이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떡하니 앞에 나타날 줄 몰랐다. 이재석은 분노를 참지 못하고 강채윤에게 삿대질하면서 말했다. “이씨 가문과 조씨 가문의 혼인이 아직 깨지지도 않았는데 이 기회를 틈타 딸 소개하러 오는 것이 바로 강씨 가문에서 가르친 예의에요?” 강채윤이 순간 멍해져서 본능적으로 반박하려는데 임유연이 말렸다. ‘어르신 앞에서는 함부로 행동하지 마.’ 강채윤은 어쩔 수 없이 눈이 충혈된 채 이를 갈면서 입을 꾹 다물었다. 강서우도 깜짝 놀라 이재석의 화를 가라앉혔다. “할아버지, 흥분하면 안 돼요. 이 무례한 사람들은 저한테 맡기세요. 혈압이 좀 높네요. 지금 의사 선생님을 불러올게요.” “강서우, 난 네 아빠야. 지금 나한테 무례한 사람이라고 한 거야?” 강준하는 이재석은 건드리지 못하고 강서우를 쏘아 붙였다. “어르신한테 얼른 설명해. 네가 어르신한테 채윤이를 소개해주고 싶어서 데려온 거라고. 약혼녀 자리를 빼앗으려던 것은 아니었다고 말해.” “서우야.” 이재석은 화가 나서 씩씩거리면서 믿을 수 없다는 듯이 강서우를 바라보았다. 강준하의 말을 믿지도 않는 이재석은 강서우가 이씨 가문과 조씨 가문의 관계를 무시하고 강채윤을 이씨 가문에 끌어들일 거라는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서우가 얼마나 착하고 똑똑한데.’ 모든 사람의 시선은 강서우에게 꽂혔다. 강준하는 심지어 다가와 강서우만 들을 수 있는 목소리로 말했다. “어차피 조만간 죽을 노인네야. 이씨 가문은 이세빈이랑 이석민 것이 될 거라고. 오늘 채윤이를 도와주면 채윤이가 너를 평생 지켜줄 거야.” 강서우는 그를 밀쳐내고 차갑게 쳐다보았다. “너무 억지스러운 핑계 아니에요? 할아버지가 누워있으니까 정말 병신으로 보여요? 만약 정말 진심으로 병문안 온 거라면 물건을 내려놓고 그냥 갈 것이지. 왜 딸을 소개하는 건데요. 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