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88화

시간도 늦었고 내일이면 하시훈도 다시 바쁘게 일할 것이 분명했다. 하시훈은 입꼬리를 올려 그녀를 보며 웃었다. 좀처럼 보기 드문 설인아의 모습에 괜스레 장난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설인아의 귓가에 바짝 다가간 뒤 일부러 속삭이듯 말했다. “그냥 자기만 할 거야?” 설인아는 순간 머리가 멍해졌다. 곧이어 고개를 홱 돌려 하시훈을 보지 않으려고 했다. “아니면?” 하시훈을 밀어내며 자리에서 일어난 그녀는 빠르게 걸음을 옮겼다. 하시훈은 당황한 그녀의 모습을 보며 짙은 미소를 지었다. 이런 그녀의 모습이 너무도 귀여웠기 때문이다. 자리에서 일어나 설인아의 가방을 챙긴 후에야 그녀를 뒤쫓아갔다. 가는 길 내내 설인아는 창밖만 보면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시간이 얼마간 지나자 그녀는 그새 잠들어 버렸다. 한 시간 내내 달려 주차장에 도착하자 설인아는 천천히 잠에서 깨어나 눈을 떴다. 하시훈은 모든 물건을 다 챙긴 후에야 설인아를 불러 나직하게 말했다. “일어나. 올라가서 자. 차 안에서 자는 건 불편하니까.” 그는 갑자기 설인아에게 바싹 다가갔다. 설인아는 무의식적으로 차 문이 있는 쪽으로 몸을 옮기며 물었다. “왜, 왜?” 조금 당황한 그녀였다. 그러나 하시훈은 다가와 흘러내린 머리카락을 쓸어넘겨 주기만 할 뿐 별다른 행동은 하지 않았다. 그러더니 입꼬리를 씩 올렸다. “가자.” 곧이어 운전석의 문을 열어 차에서 내렸다. 괜한 착각을 했다는 생각에 설인아는 얼굴이 뜨거워졌다. 그녀가 방으로 들어왔을 때 하시훈은 이미 욕실로 들어가 씻고 있었다. 무심코 몸을 돌린 그녀는 하시훈이 서랍 위에 올려둔 쇼핑백을 발견했다. 그것은 하수연이 그녀에게 준 생일 선물이었다. 걸음을 옮겨 쇼핑백을 열어보니 안에는 검은색 상자가 있었다. 상자 안에는 백조 모양의 브로치가 있었다. 당당하게 쳐든 백조에게서는 고귀하면서도 우아한 분위기가 흘러나왔고 몸은 커다란 청자색의 오팔이었다. 방 안의 불빛이 오팔에 반사되면서 반짝반짝 아름다운 빛을 냈다. 설인아는 브로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