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87화

식당 밖 구석에서 몰래 그들의 사진을 몇 장이나 찍었는지 몰랐다. 두 시간 후 그들의 식사는 끝이 났다. 하수연은 핸드폰을 켜 시간을 보았다. 꽤 늦은 시각이었던지라 그제야 고개를 돌려 바비인형을 들고 신나게 노는 허소윤을 보며 부드럽게 말했다. “소윤아, 아가. 우리 집으로 갈 시간이 됐어.” 하시훈이 오랜만에 돌아왔으니 설인아와 단둘이 있을 시간을 줘야 했다. 허소윤은 바비인형을 안고 고개를 들어 어리둥절한 눈으로 보았다. “네? 벌써 가요?” 비록 가고 싶지 않았지만 얌전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허문종도 자리에서 일어나 허소윤을 품에 안았다. 허소윤의 상태는 전보다 활발하지 못했다. 허문종의 품에 축 늘어져 있었지만 바비인형만큼은 꼭 끌어안고 있었다. 설인아는 그런 아이를 보다가 바닥에 널브러진 인형들을 다시 상자에 담아주고는 하수연에게 건넸다. 아이는 설인아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외숙모, 바이바이.” 그러고 나서 작은 머리를 허문종의 어깨에 기댔다. 눈은 피곤함에 풀려 곧 잠들어 버릴 것 같았다. 설인아는 그런 아이를 보니 마음이 녹아내려 손을 흔들어주었다. “그래. 소윤이도 바이바이.” 하수연과 허문종에게도 인사를 하고 나니 식당에서는 그녀와 하시훈만 남게 되었다. 식당 안은 조금 전처럼 북적이지 않았다. 설인아는 고개를 돌려 하시훈을 보더니 입꼬리를 올렸다. “몰래 올 줄은 몰랐네. 언제 온 거야?” 만약 오늘의 서프라이즈가 없었더라면 그녀는 자신의 생일인 줄도 모르고 그냥 지나쳤을 것이다. 하시훈은 그녀의 손을 잡으며 다정하게 말했다. “오후에.” 그는 며칠 동안 열심히 일했고 오늘 오후의 일도 미리 해주었다. 오로지 그녀의 생일에 서프라이즈를 준비해주기 위해서 말이다. 비록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그의 두 눈에는 피곤함이 담겨 있어 그동안 얼마나 고생했는지 알 수 있었다. 그런 그를 보니 설인아는 속상한 기분이 들었다. “너무 힘들면 이런 거 준비하지 않아도 되는데.” 사실 생일이라고 해서 딱히 특별함을 느끼지 못하던 그녀였다. 여하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