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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화

심지유가 다시 의식을 찾았을 때는 다음 날 아침이었다. 그녀는 천천히 눈을 떴는데 주위에서 소독약 냄새가 코를 찔렀다. “아가씨! 드디어 깨어나셨군요!” 울다 지친 듯한 눈빛의 이정화가 달려와 침대 곁에 엎드리더니 거친 손으로 심지유의 차가운 손을 꼭 잡았다. “제가 얼마나 놀랐는지 아세요!” “저, 제가...” 심지유의 목소리는 쉬어 있었다. “어떻게 살아난 거죠?” 이정화의 눈에서 또다시 눈물이 흘러나왔다. “어떤 마음 따뜻한 의사 선생님께서 도와주셨어요. 그 선생님께서 보다가 도저히 그냥 지나칠 수 없다고 아가씨께 몰래 혈청 주사를 놔주셨어요. 그런데 10분만 늦었어도 정말 못 살렸을 거래요.” 그녀는 목이 메어 잠시 말을 멈췄다. “아가씨, 제가 큰도련님한테 무릎 꿇고 부탁드렸어요. 아가씨께서 정말로 독사에 물리셨다고 했는데 큰도련님은 그게 거짓이라면서, 아가씨께서 꾀병 부린다고 하시더라고요. 둘째 도련님은 아예 저를 만나주지도 않으셨고, 셋째 도련님은...” 이정화의 목소리가 점점 더 떨렸다. “셋째 도련님은... 그럴 만해서 그런 거라고 하셨어요.” 그녀는 눈물을 닦으며 계속 말했다. “유 대표님이 제일 심했어요! 제가 무릎 꿇고 제발 한 번만 와서 봐달라 했더니 오히려 아가씨께서 점점 더 말도 안 되는 짓을 한다며, 저까지 아가씨의 편에 서서 그분을 속인다고...” 이정화는 갑자기 심지유의 손을 꼭 잡았다. “아가씨께서 그분들한테 얼마나 잘하셨는데요!” 그녀의 거칠고 뜨거운 손이 미세하게 떨렸다. “작년 겨울에 큰도련님이 새벽 세 시까지 술 마시고 돌아왔을 때 아가씨께서 얇은 옷차림으로 주방에서 해장국을 끓이시다가 감기 걸리셨잖아요. 둘째 도련님 회사가 자금난에 빠졌을 때 아가씨께서 외할머님께서 물려주신 비취 팔찌까지 팔아서 도와주셨고요.” “셋째 도련님이 고열로 사흘 동안 앓았을 때 아가씨께서 사흘 밤낮을 한숨도 못 자고 간병하시다가 결국 쓰러지셨죠.” 이정화는 울분 섞인 목소리로 계속 말했다. “유 대표님도 마찬가지예요. 그분이 좋아하는 넥타이 브랜드, 커피 취향... 심지어 어머님 생신까지, 그분의 어머니도 잘 모르는데 아가씨는 다 기억하셨잖아요. 그런데 지금은 다 민주 아가씨 곁에만 붙어 있어요.” “민주 아가씨는 옛날에 유 대표님을 버리고 도망쳤고 어릴 때부터 지유 아가씨를 괴롭히기까지 했는데 다들 민주 아가씨를 감싸고 사랑해 주네요. 세상이 이렇게 불공평할 수가 있다니...” 조용히 듣고만 있는 심지유는 심장이 누군가의 손에 꽉 쥐어진 것처럼 아팠다. 그녀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려 하얀 베개를 적셨고 그 고통은 독사에게 물린 상처보다 천 배는 더 깊었다. 하지만 괜찮았다. 곧 모든 게 끝날 테니까. 심지유는 곧 무인도로 갈 것이다. 거기에서는 가식적인 미소를 짓는 사람들도, 그녀에게 대역을 요구하는 사람도 없다. 무엇보다도 유선우와 그녀의 세 오빠들이 없을 테니까. 이틀간의 병원 치료를 마친 뒤, 심지유는 집으로 돌아왔다. 그런데 현관문을 여는 순간, 안에서 환호성과 생일 축하 노래가 터져 나왔다. 현관을 지나 거실로 들어서자 향수 냄새와 웃음소리가 뒤섞였고 크리스털 샹들리에 아래에서 수많은 상류층 인사들이 와인잔을 부딪치며 웃고 있었다. 유선우와 세 명의 오빠들은 모두 심민주의 곁에 서 있었다. 생일을 맞은 심민주는 화려한 드레스를 입고 있었고 얼굴은 전혀 아픈 사람 같지 않았다. 심지유가 집 안으로 들어서는 순간, 네 남자의 웃는 얼굴이 동시에 굳어졌다. “거의 죽어간다고 하지 않았어? 뭐, 멀쩡하네.” 큰오빠 심민혁이 그녀를 싸늘하게 쏘아봤고 금테 안경 너머의 눈동자가 칼날처럼 번뜩였다. 둘째 오빠 심세훈이 와인잔을 든 채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민주가 이제 얼마 못 산다는데 너는 눈치도 없어?” 셋째 오빠 심재민은 시계를 만지작거리며 짜증스럽게 말을 내뱉었다. “앞으로 거짓말 좀 작작 해. 듣기 지겨우니까.” 그때 유선우가 다가와서 부드러운 목소리로 단호하게 말했다. “민주한테 시간이 얼마 없어. 이제 제발 싸우지 마.” 그는 멈칫하더니 한 마디 덧붙였다. “네가 나랑 민주가 예전에 잠깐 만났었던 걸 신경 쓰는 거 알아. 하지만 지금 내 아내는 너야.” 그 말에 심지유의 심장이 덜컥 내려앉는 것 같았다. ‘아내?’ 유선우의 곁에서 몇 년을 함께한 게 누구였는데, 그가 힘들어할 때 곁에서 손을 잡아준 게 누구였는데, 그가 욕망을 쏟아낼 때마다 묵묵히 그걸 다 받아준 게 누구였는데... 그런데 심민주가 돌아오자마자 유선우는 그녀와 혼인신고 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지금 아무렇지도 않게 자신의 아내는 심지유라고 말하고 있다. 심지유는 눈이 빨개졌고 입꼬리를 천천히 말아 올렸다. 심장이 찢어질 듯 아픈데도 그녀는 쓴웃음을 지었다. 유선우는 처음 보는 그녀의 표정에 당황해하며 말을 꺼내려 했는데 심민주의 달콤한 목소리가 뒤에서 들려왔다. “선우야, 큰오빠, 둘째 오빠, 셋째 오빠, 빨리 와서 케이크 잘라요!” 곧이어 거실의 대형 스크린이 켜졌고 생일 축하 영상이 재생됐다. 앞부분에서는 오늘 생일파티에 참석한 지인들의 축하 인사와 감동적인 멘트들이 쏟아졌는데 그러다 갑자기 화면이 바뀌었다. 심민주와 이름 모를 남자의 야한 사진이 스크린에 떴고 뒤이어 붉은 글씨가 선명하게 나타났다. [이건 내가 준비한 생일 선물이야. 언니, 마음에 들길 바라.] 별장은 곧 폭발할 듯 아수라장이 됐다. “꺼! 당장 꺼버려!” 심민혁의 고함에 샹들리에가 흔들렸다. 심세훈은 전원을 뽑았고 심재민은 손님들에게 달려가 외쳤다. “모두 휴대폰을 내놓고 검사받아요. 사진이나 영상이 하나라도 새 나가면 가만 안 둘 거예요!” 심민주는 온몸이 떨렸고 단정했던 머리칼이 흐트러졌으며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그녀는 눈물을 줄줄 흘리며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지유야, 넌 이미 선우도, 오빠들의 사랑도 다 가져갔잖아. 난 이제 곧 죽는데... 왜... 왜 이렇게까지 해?” 심민주는 휘청거리며 두 걸음 물러나더니 눈이 뒤집히며 그대로 쓰러졌다. “민주야!” 유선우가 순식간에 달려들어 그녀를 안아 올렸다. 평소에 냉철하고 침착하던 그는 처음으로 표정이 무너졌다. “의사를 불러요! 지금 당장!” 그는 떠나기 전에 고개를 돌려 심지유를 바라보았는데 눈빛이 얼음장처럼 차가웠다. 이에 심지유는 온몸이 서늘해지는 느낌이었다. 곧 그녀의 세 오빠가 몰려들었다. “심지유!” 심민혁은 그녀의 손목을 확 잡더니 뼈가 으스러질 만큼 힘을 주었다. “네가 민주를 뭐로 만들었는지 봐봐! 민주가 얼마 못 산다고 했잖아. 그런데 왜 자꾸 괴롭히는 거야!” “제가 한 거 아니에요!” 심지유는 필사적으로 고개를 저었고 목소리가 떨렸다. “아까 그 사진들은 제가 올린 게 아니라고요!” “증거가 있는데도 부인해?” 심세훈이 코웃음을 쳤다. “심씨 가문에서 잘못한 사람은 벌받아야 해.” 벌받아야 한다는 그 말이 칼처럼 심지유의 가슴에 깊이 꽂혔다. 그녀는 아직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다. 열두 살 때, 심민주가 그녀를 계단 아래로 밀었는데도 오빠들은 심민주가 일부러 그런 게 아니라고 했다. 열여덟 살 생일날, 심민주가 케이크를 쓰레기통에 던졌을 때도 그들은 심민주가 그저 장난친 거라고 했다. 그리고 그해 겨울, 심민주가 그녀를 발코니에 가둬놓고 하룻밤 얼려 죽을 뻔하게 만들었는데도 오빠들은 심민주가 예민해서 그랬다고 대신 변명했다. 그런데 지금 그들이 심지유를 벌주겠다고 하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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