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좀 같이 돌아보라고 선생님이 부탁하셨어요.”
성민수가 여다현의 손에 들린 이젤을 받아 가려는데 여다현이 몸을 비켰다.
“번거롭게 했네요. 다른 일 있으면 먼저 돌아가요. 저 혼자 돌아봐도 돼요.”
여다현이 성민수의 호의를 티 나지 않게 거절했다. 성민수는 여다현이 거부감을 드러내는 걸 알면서도 기어코 이젤을 받아 갔다.
“실험은 조금 전에 끝났어요. 후속 실험도 급한 건 아니라서 다현 씨와 함께 학교를 돌아볼 시간은 있어요.”
여다현은 성민수가 이렇게 열정적인 게 아버지의 부탁을 받아서라고 생각했다.
“아빠께는 제가 잘 말씀드릴게요. 다른 일 있으면 저 신경 쓰지 않아도 돼요.”
성민수가 걸음을 멈추고 여다현을 바라봤다.
“다현 씨와 함께라서 이러는 거라고 생각해 본 적은 없어요?”
여다현은 이 말이 무슨 뜻인지 몰라 그저 뒤따라가 갔다. 성민수는 매우 친절하게 여다현을 데리고 유화를 전공하는 학생들이 자주 가는 곳으로 데리고 갔고 여다현이 힘들어하는 게 보이면 커피숍이나 잔디밭에서 잠시 휴식하기도 했다.
“오늘 너무 고마웠어요...”
여다현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성민수가 큰 소리로 말했다.
“조심해요.”
오늘은 동아리 활동이 잡혀있기도 했고 서 있는 곳이 마침 보드 동아리 근처라 여다현은 보드를 탄 사람이 그를 향해 빠른 속도로 다가오자 그 자리에 얼어붙고 말았다.
“조심해요.”
성민수는 여다현을 품에 꼭 안은 채 등으로 질주해 오는 남자를 막았고 멈춰 선 남자가 두 사람에게 연신 사과했다. 여다현이 성민수에게 괜찮냐고 물으려는데 성민수가 한발 빨랐다.
“괜찮아요? 다치진 않았죠?”
성민수의 눈동자에 어린 걱정은 가짜 같지 않았다. 여다현은 성민수가 왜 몸으로 그녀를 보호해 줬는지 알 수 없었다.
“나... 나는 괜찮아요. 민수 씨는 괜찮아요?”
성민수는 여다현이 괜찮다고 하자 한시름 놓고는 자리를 떠나려는데 발에 난 상처에 무리가 갔다.
“흡.”
성민수가 숨을 크게 들이마시자 여다현이 얼른 물었다.
“왜요? 다쳤어요?”
종아리를 기둥에 부딪히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