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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화

김슬기는 다가오자마자 거친 말을 퍼부으며 김우연을 호되게 꾸짖었다. 그를 향한 마음은 어느새 미움으로 완전히 물들어 있었다. 이유는 알 수 없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녀는 그를 보기만 하면 참을 수 없이 목소리가 높아졌다. “그래요? 그럼 누나가 직접 혜주 누나한테 가서 말해요. 이제는 저한테 오지 말라고, 다시는 만나지 말라고요.” 감정이 하나도 섞이지 않은 목소리였다. 두 사람의 시선이 맞닿은 채 팽팽한 정적만이 흘렀다. “네가 김씨 가문이랑 인연을 끊은 것도 다 쇼였잖아. 불쌍한 척하면서 동정심을 유도하더니 이제 후회되니까 혜주한테 접근하는 거겠지? 꿈 깨. 혜주는 네 수작에 안 넘어가. 돈이 필요하면 차라리 나한테 말해. 오백만 원쯤은 줄 수 있어. 그 돈 들고 당장 이 도시를 떠나.” 그녀의 한마디 한마디가 칼날처럼 김우연의 가슴을 파고들었다. 처음 김씨 가문에 들어왔을 때, 김슬기는 세 자매 중 유일하게 자신에게 미소를 건네던 사람이었다. 하지만 사흘도 채 지나지 않아 그녀는 완전히 달라졌다. 이제는 누구보다도 자신을 혐오하는 사람이 되어 있었다. 그는 짧게 숨을 내쉬었다. 더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녀의 말을 끝까지 듣지도 않은 채 등을 돌렸다. 차가운 바람이 스치며 두 사람 사이에 남아 있던 마지막 온기마저 흩어져 버렸다. “야, 듣고는 있지? 대답해! 금액이 적아서 그래? 넌 도대체 네가 얼마짜리라고 생각해? 곧 졸업인데 대학도 갈 것도 아니잖아! 이 돈이라도 받아서 살아야 할 거 아니야?” 김슬기는 포기하지 않았다. 김우연의 등 뒤에서 계속 자신의 조건을 내걸며 설득을 이어갔다. 그러던 중... 김우연이 갑자기 걸음을 멈췄다. 그 순간, 김슬기도 발걸음을 멈추며 입꼬리를 비웃듯 올렸다. ‘역시, 결국 돈 앞에선 못 버티지.’ 하지만 김우연은 고개를 돌리더니 그녀를 똑바로 바라봤다. “제가 김씨 가문과 인연을 끊은 이상 그 더러운 돈 따위는 한 푼도 받지 않을 거예요. 그리고... 누나는 정말 제가 대학에 못 붙을 거라 생각해요? 제 성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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