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0화

“그래, 나 지금 그 학교에 있어. 아까 그 자식한테 한바탕 퍼부었어.” 그 순간, 김명헌의 얼굴빛이 순식간에 싸늘해졌다. 눈동자 속에 당혹과 두려움이 번지기 시작했다. ‘설마 누나가 우연이 형을 보러 그 학교에 간 거야? 아니야, 그럴 리 없어. 그럴 리가 없다고. 하지만... 만약 진짜 그렇다면? 그건 우연이 형을 다시 집으로 끌어들이려는 거잖아. 안 돼. 그런 일은 일어나선 절대 안 돼. 누나가 학교에서 우연이 형을 캐게 둘 순 없어. 그러면 모든 게 무너질 거야. 내가 쌓아온 것도 가문의 평판도... 그리고 내가 숨겨야 할 그 비밀까지 전부...’ 그의 머릿속은 빠르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만약 김슬기가 학교에서 우연의 성적을 조금이라도 알아본다면 그동안 자신이 공들여 쌓아온 거짓말이 한순간에 무너질 것이다. 사실, 김우연의 성적은 전교 백 등 안팎으로 평범한 학교라면 충분히 상위권이라 불릴 수준이었다. 하지만 김명헌은 가족들에게 김우연이 거의 꼴찌라고 거짓말을 퍼뜨렸다. 또 김우연을 게으르고 불량배들과 어울리며 학교에서도 문제만 일으키는 가문의 수치로 만들어놓았다. 그 덕분에 가족들은 자연스레 김우연에게서 관심을 거뒀고 대신 김명헌이 김씨 가문의 미래라는 칭호를 독차지했다. 그러나 이제, 그 거짓의 실마리가 서서히 풀리려 하고 있었다. “누나, 제발... 우연이 형한테 그런 식으로 하지 마.” 김명헌의 목소리가 다급해졌다. “형이 아직 나한테 화가 나서 그래. 조금만 기다리면 언젠간 다시 돌아올 거야. 나 지금 바로 갈게. 같이 가서 형한테 사과할게. 무릎이라도 꿇을 테니까... 누나가 먼저 나서지 마. 내가 갈 때까진 그냥 기다려줘.” 그는 어떤 수를 써서라도 어떻게 해서든 지금의 상황을 막아내고 싶었다. 김명헌은 전화를 끊자마자 가방도 챙기지 않은 채 급히 택시를 잡았다. 얼굴엔 긴장이 서려 있었고 입술은 새파랗게 질려 있었다. “이 녀석은... 휴...” 전화가 끊긴 뒤, 김슬기는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정말 너무 착해서 문제야.” 그녀는 입술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