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자영이는 지금까지 힘든 일 별로 겪어본 적 없어서 남을 쉽게 믿는 아이야. 혹시 또 위험한 일 생기면 꼭 지켜줘야 해. 전에 자영이 다치게 만든 사람 지금까지도 못 잡았어. 그 사람이 쉽게 포기할 것 같지도 않아. 그러니까 곁에서 잘 지켜봐 줘. 무슨 일 생기면 바로 연락해. 난 무슨 일이 있어도 달려올 테니까. 꼭 명심해. 자영이 안전보다 중요한 건 없어.”
진철수는 고개를 깊이 숙이고 카드를 정중하게 받아 넣으며 단호하게 말했다.
“걱정 마세요 대표님. 심자영 씨는 반드시 제가 책임지고 지킬게요. 절대 실망시키지 않겠습니다.”
주경민은 잠시 눈을 감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공항까지 모셔다드릴까요?”
“그래, 나 위에 가서 짐 좀 챙기고 바로 내려올게.”
말을 마친 주경민은 조용히 위층으로 올라갔다.
짐은 따로 챙길 게 없었기에 주경민은 중요한 서류만 챙기고 곧장 아래로 내려갔다.
진철수는 이미 차 옆에서 기다리고 있었고 그를 태워 공항으로 향했다.
...
강도현은 한참 망설이다 결국 심자영의 집 대문을 두드렸다.
뜰에서 소리가 나자 심자영은 주경민이 다시 돌아온 줄 알았지만 곧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들어가도 될까요?”
심자영은 잠시 멈칫하다가 침대에서 일어나 발코니로 나왔다.
문 앞에는 강도현이 서 있었는데 그녀와 눈을 마주치자 저도 몰래 미소를 지었다.
심자영은 입 모양으로 대답했다.
“들어오세요.”
강도현은 그녀의 허락에 고개를 끄덕이며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왔다.
심자영은 옷을 정돈하고 슬리퍼를 신은 채 급히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그런데 테이블 옆을 지나치다 발걸음이 멈췄다.
무심코 고개를 돌려 본 테이블 위엔 정갈하게 정리된 물건들 사이에 익숙한 글씨가 보였다.
그녀는 조심스레 쪽지를 집어 들었고 한눈에 주경민의 글씨라는 걸 알아봤다.
‘주씨 가문은 언제든 네가 쉴 수 있는 곳이야. 난 계속 기다릴게.’
짧은 문장이었지만 심자영의 가슴 어딘가가 조용히 일렁였다.
하지만 곧 감정은 잠잠해졌다.
주경민은 아직 모를 것이다. 추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