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4화

하지만 조 대표는 알고 있었다. 서예은이 아무리 예쁘다 해도 그녀는 박시우의 아내이자 자신에게 중요한 협력 파트너의 아내였다. 조 대표는 마음속으로 어느 정도 자제를 하고 있었다. 그러나 문득 서예은의 하얗고 매끄러운 피부와 날씬한 몸매, 은은하게 풍기는 체취가 떠오르자, 그의 마음은 금세 요동쳤다. 마치 몸속을 수만 마리 개미가 갉아먹는 듯한 간지러운 느낌이 온몸을 스쳤다. 그에 비해 옆에 있는 조 여사는 너무 평범했다. 서른이 조금 넘은 나이, 칙칙한 피부, 화장으로도 피로한 기색을 가릴 수 없었다. 옷차림 역시 지극히 평범해 그의 흥미를 끌 만한 요소는 하나도 없었다. 조 대표는 점점 더 싫증이 났다. ‘도대체 내가 그때 무슨 생각으로 이렇게 초라한 아내를 집에 들였지...?’ 조 여사는 이미 이런 조 대표의 불평과 비난에 익숙했다. 얼굴에는 평상시처럼 아무 반응도 없었다. ‘천지도 모르는 놈 같으니, 한 번 제대로 망해봐야 정신 차리겠군.’ 조 여사의 눈꺼풀 아래 날카로운 독기가 스쳤다. ... 조 대표는 온몸이 달아오른 채, 오래전 만난 한 사람을 떠올렸다. 그리고 곧바로 전화를 걸었다. 송희정은 춤 연습 도중, 갑작스러운 조 대표의 전화에 순간 몸이 굳었다. ‘젠장, 왜 지금 나한테 전화를 하는 거야...’ 조 대표는 그녀에게 있어 과거의 골칫거리였고 송희정은 조금도 그와 접촉하고 싶지 않았다. 처음 연예계에 들어왔을 때, 빠르게 이름을 알리기 위해 여러 방법을 썼다. 조 대표가 그녀를 좋아했던 덕분에 순식간에 인기를 얻었지만 그 과정에서 그의 손에는 남겨진 흑역사도 적지 않았다. 지금은 정상급 스타가 된 송희정이지만 조 대표와의 얽힘은 더 이상 원치 않았다. 전화 너머, 조 대표의 목소리는 기름진 웃음을 띠고 있었다. “희정아, 오랜만이야. 요즘 뭐 하고 지내? 나 지금 이쪽에서 사업 얘기하러 왔거든. 만나지 않을래?” 송희정은 속으로 치밀어 오르는 혐오를 억누르며 말했다. “조 대표님, 오랜만이네요. 여기서 사업 얘기하시다니, 어디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