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01화

유서원도 서예은의 동작을 따라 해봤지만 금세 포기했다. 품위라는 건 흉내로 되는 게 아니었다. 그러자 기우람이 웃음을 터뜨렸다. “어설프게 흉내 내다가 망했네.” 그 말에 바로 울컥한 유서원이 눈에서 불똥이 튀듯 노려봤다. “입 다물어!” 기우람은 전혀 봐주지 않고 계속 웃었다. 그런데 하필 그때 매운 고추 향이 목을 확 치는 바람에 크게 기침했다. 이번에는 유서원이 웃을 차례였다. “심심해 죽겠네. 차라리 만화나 봐야지.” 유서원은 일회용 장갑을 벗어 던지고 휴대폰을 꺼내 만화를 보기 시작했다. 원래 만화에 큰 흥미가 있던 건 아니어서 봐도 그만, 안 봐도 그만이었는데, 요즘 회사의 젊은 직원들이 한 작가의 작품을 두고 떠들썩하며 토론했다. 이야기 줄거리도 탄탄하고, 웃기고, 재밌다고 말했다. 무엇보다도 그 만화에는 늘 얻어맞는 불운한 대기업 보스가 하나 등장해서 자주 당한다는 거였다. 얼마 전 그 작가의 옛날 작품이 완결되고 보름 전에 신작이 올라왔다. 유서원은 요즘 너무 바빠 손도 못 대고 있었는데 오늘은 마침 심심하니 얼른 보기 시작했다. 만화를 보던 유서원은 갑자기 표정이 얼어붙었다. 유서원은 휴대폰을 들고 서예은을 한번, 박시우를 한번 번갈아 바라봤다. 보면 볼수록 더 닮아서 어이가 없었다. “서원아, 뭐 하는 거야?” 박시우가 못마땅하게 물었다. ‘먹는 중에 그렇게 뚫어져라 쳐다보니 무슨 맛으로 더 먹겠나.’ 서예은도 이상했지만 유서원이 더 이상했다. 그때 유서원이 입을 열었다.. “아니, 지금 보는 만화에 주인공들이 너희랑 너무 닮았어. 여주가 쓰레기 남친이 여동생이랑 바람피우는 걸 알고, 화가 나서 지금 남편이랑 번개로 결혼하거든. 살다 보니 사랑이 또 싹트고...” 서예은은 잠깐 멍해졌다가 볼이 붉게 달아올랐다. 쓰레기 남자, 바람, 결혼하고 사랑... 본인이 아니라고 하기가 쉽지 않았다. “그리고 만화이긴 한데 내가 보면 볼수록 너희 이야기 같아.” “나도 좀 보자.” 기우람이 고개를 들이밀자 유서원이 힘껏 밀쳐냈다. 기우람은 방심했다가 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