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09화

피터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하린의 실력은 처음부터 알고 있었죠. 그래서 계속 눌렀습니다. 자기 실력이 모자란다고 믿게 만들어서, 우리 뒤치다꺼리만 하게 말이죠.” 신민재의 눈빛이 잠시 어두워지며 복잡한 기색이 스쳤다. “그런데 서예은 그 여자가 하린의 실력을 인정해 버렸으니, 제 이름으로 내자고 할 수밖에 없었어요. 아쉽게도 서예은이 끝까지 제안을 안 받아들이더군요.” 피터의 눈동자가 스치듯 돌아가더니 생각이 번쩍인 듯 미소가 번졌다. “그럼, 선수를 칠까요? 일단 치고 보고 나중에 얘기하는 겁니다. 굳이 서예은과 하린에게 알릴 필요 없죠. 서로 의심하게 만들면 돼요. 그러면 둘을 갈라놓을 수도 있잖아요.” 그 순간, 신민재는 두 눈이 번쩍였고 피터의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다. “피터 씨는 역시 장래가 기대되는 직원이네요!” 피터는 곧장 아부 섞인 미소를 지었다. “다 부장님 덕분인 거죠.” 그 말은 딱 신민재의 취향을 저격했기에 그는 입꼬리가 더 올라갔다. “걱정하지 마세요. 이번에 총괄 자리가 갑자기 비었는데, 저는 줄곧 피터 씨를 생각하고 있었어요.” 그제야 피터의 눈이 미세하게 흔들렸다. “감사합니다. 부장님, 제가 진짜 총괄에 오르게 되면, 이 은혜는 절대 잊지 않겠습니다.” 이 정도면 못 알아 들을 리가 없었기에 신민재는 더욱 의기양양하게 웃었다. “우린 같은 배를 타고 있어요. 그러니 제가 피터 씨를 안 챙길 리가 없죠.” 그러자 피터의 웃음이 잠깐 굳었고 눈동자에 복잡한 빛이 스쳤다. “오늘 밤, 늘 보던 데서 봐요.” 신민재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피터는 거절하지 못하고 이를 악물고 말했다. “알겠습니다.” 피터가 신민재의 사무실에서 나오며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서예은과 하린 쪽을 흘겨봤다. 그러자 하린의 목구멍이 꿀꺽하면서 마른침을 삼켰다. “언니, 방금 봤어요? 피터의 눈빛이 뭔가 수상해요.” 하지만 서예은은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신경 쓰지 마세요. 우리 일만 제대로 하면, 다른 사람이 방해하려 해도 꼬투리 못 잡아요.” 말은 그렇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