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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94화

그날 술자리에선 진구는 계속 연하를 챙겼다. 겉으로 보기엔 호의처럼 보였지만 연하는 태도를 흐트러뜨리지 않았다. 무심하지도 그렇다고 친절하지도 않은 선에서, 그저 비서로서의 본분만 다했다. 술자리가 끝나니 이미 해 질 무렵이자 진구가 시계를 보고 말했다. “저녁 같이 먹자. 할 얘기가 있어.” 며칠 동안 진구는 계속 생각했다. 둘 사이엔 대화가 부족했고 이제는 솔직하게 털어놓을 때라 여겼지만 연하는 거절했다. “다음에요. 오늘은 약속이 있어요.” “무슨 약속?” 연하는 잠시 머뭇이다가 솔직히 말했다. “맞선이요.” 진구의 눈이 가늘어지며 믿기 힘들다는 듯 되물었다. “맞선?” “네.” 진구의 입술이 단단히 다물리더니 목소리가 싸늘해졌다. “네가 그렇게 강제로 떠미는 결혼은 싫다고, 친척들 앞에서도 당당하게 말하던 사람이잖아. 그런데 지금은 맞선을 본다고?” 연하는 되물었다. “그게 회사 일이랑 무슨 상관이에요?” 말 속에 담긴 뜻은 명확했다. 일 외의 일에 간섭하지 말라는 것이었다. 이에 진구는 저음으로 단호히 말했다. “안 돼. 가지 마.” 그러나 연하는 전혀 개의치 않고 곧장 차를 찾아 나갔다. 주설주는 병원 일을 겪은 뒤로 연하의 혼사를 더 신경 썼다. 딸이 스스로 연애할 마음이 없어 보이자 고모를 통해 맞선을 주선했다. 상대는 서른 살, 연하보다 한 살 어린 강성 출신의 남자였다. IT 회사를 직접 운영하며 바쁜 생활을 하다 보니, 효율적으로 짝을 찾기 위해 맞선을 택했다고 했다. 고모는 두 사람이 아주 잘 어울린다고 생각해 주설주에게 추천했다. 또한 주설주는 사진을 보고 흡족해하며 끊임없이 딸에게 권했다. 그날 진구에게 자극받은 연하는 순간적으로 마음이 흔들려 맞선에 응했고, 어머니와 고모는 서둘러 약속을 이번 주 토요일로 잡았다. 연하가 떠난 뒤, 진구는 차 안에서 곱씹을수록 화가 치밀었다. 그러고는 운전기사에게 지시했다. “차 돌려서 따라가요.” 맞선 장소는 프랑스 레스토랑이었고 연하가 도착했을 때, 상대는 이미 와 있었다. 나이는 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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