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355화

우행은 문득 화영과 추신수의 파혼이 아직 공식적으로 발표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떠올리고 말했다. “조금 더 기다리죠. 교수님이 희유를 보고 난 뒤에 저와 화영 씨 이야기해도 늦지 않아요.” 송혜라는 잠시 생각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두 사람 마음이 그렇다면 그대로 따르는 게 좋겠지. 우리 모두 함께 희유를 기다리자.” 저녁, 집에 돌아온 뒤 화영은 밤공기가 좋다며 말했다. “우리 잠깐 걸을까요?” “좋아요.” 우행의 눈매는 부드러웠고, 맑은 달빛 아래 온화한 분위기를 풍겼다. 두 사람은 단지 안의 정원을 따라 천천히 걸었다. 날씨는 언제 풀렸는지 버들은 새순이 돋고, 복숭아와 자두꽃이 흐드러지게 피어 있었다. 밤바람이 얼굴을 산뜻하게 스쳤고 우행은 화영의 손을 잡았다. 일을 할 때의 단호하고 냉정한 모습과 달리 걸음은 느리고 안정적이었다. 우행은 화영을 바라보며 달빛 아래 낮게 말했다. “사실 계속 미안했어요. 나 때문에 화영 씨가 그렇게 오래 힘들었으니까.” 그 말에 화영은 눈가가 부드럽게 풀리며 환하게 웃었다. “우행 씨가 말했잖아요. 인생도 게임처럼 어떤 설정이 있어서, 우리가 서로 사랑한 뒤에는 어려움이 연달아 찾아오는 시기라고요.” 화영은 걸음을 멈추고 우행의 눈을 바라보았다. “나는 한 번도 힘들다고 생각한 적 없어요.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충분히 단단했고, 그 단단함이 오히려 내가 사람을 잘못 고르지 않았다는 확신을 더 줬거든요.” 인생은 길고 방해도 유혹도 늘 있게 마련이었다. 지금뿐만 아니라 앞으로도 비슷한 일이 생길 수 있었다. 그러나 이번 일을 지나며 서로가 어떤 태도로 임했는지를 보았고, 그로 인해 화영은 앞으로의 미래까지 더욱 확신하게 되었다. 화영의 솔직한 말에 우행의 눈빛은 더 깊고 흔들리는 감정으로 물들었다. 곧 우행은 화영을 팔로 끌어안았다. “화영 씨, 고마워요.” 이에 화영도 우행을 안았다. “나도 고마워요, 우행 씨.” 우행이 낮게 웃었다. “뭘 고맙다는 거예요?” 화영은 밤하늘을 올려다보며 입가에 잔잔한 미소를 띠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