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용승은 윤단아에게 욕심이 있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그저 홍서라를 대신하려는 정도라고만 생각했다.
그런데 이렇게까지 욕심이 클 줄은 미처 예상하지 못했다.
“내가 경솔했어. 잠깐 판단을 잘못해서 그 사람들을 믿었어.”
기용승은 곧 평정심을 되찾고 담담하게 말했다.
이는 6층을 윤단아에게 맡겼던 일에 대해 홍서라에게 설명하는 말이기도 했다.
그러자 홍서라는 고개를 숙인 채 말했다.
“어르신의 신뢰를 저버린 건 그 사람들이죠.”
기용승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네게 맡기는 게 더 마음이 놓이는구나.”
홍서라는 기용승의 방을 나선 뒤 유변학과 마주쳤다.
그때 유변학은 몹시 바쁜 모습이었으나 홍서라는 서둘러 따라가며 불러 세웠다.
“사장님께 드릴 말씀이 있어요.”
“무슨 일?”
유변학이 걸음을 멈추자 홍서라는 주변을 살피고는 목소리를 낮추며 웃었다.
“윤단아를 도청한 건 말이에요. 사실 사장님 곁에 있던 그 아가씨가 저한테 먼저 부탁한 거예요.”
유변학의 눈썹이 살짝 올라갔다.
“몰랐네.”
홍서라는 의미심장하게 웃었다.
“그럼 그 아가씨가 딜러로 들어온 것도 사장님의 지시는 아니었네요.”
“아니야.”
어두운 조명 아래서 남자의 검은 눈동자가 깊어졌다.
유변학은 그날 전동헌에게 괴롭힘을 당한 뒤 몰래 셔츠 단추를 자신에게 건네준 순간부터 희유의 의도를 알게 됐다.
“꽤 대담하네요. 만약 사장님이 나서지 않았거나 협조하지 않았으면 어쩌려고 그랬을까요?”
홍서라는 비웃는 말투였지만 눈빛에는 묘한 감탄이 섞여 있었다.
유변학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래서 똑똑한 거지.”
“정말 영리해요. 겉보기엔 순하고 아무것도 모르는 것 같지만 속은 아주 치밀하고 담대하죠.”
홍서라가 이렇게 말한 데에는 예전에 희유를 끌어들이려 했던 이유도 담겨 있었다.
그러다 갑자기 홍서라의 말투가 달라지더니 한층 무거워진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그 아가씨는 가면을 잘 써요. 그러니 사장님도 조심하는 게 좋을 거예요. 평생 매를 잡아온 사람이 어린 참새한테 눈을 쪼이지는 마셔야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