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79화

여태윤은 그가 생각에 잠긴 것을 보고 감히 방해하지 못하고 조용히 있었다. 한참 후, 서하늘은 입술을 축이며 말했다. “여남준에게 시험해보라고 할 수 있어요. 여남준이 여태윤 씨를 별로 신뢰하지 않는다고 하지 않았어요?” 여남준의 성적은 늘 제자리걸음이었다. 그는 자신이 그 자리를 차지할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에 일찌감치 여태윤에게 아첨하기 시작했다. 외부에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서하늘은 알고 있었다. 이제 여병민이 죽었으니 그 자리는 분명 여태윤의 것이 될 것이고, 여남준은 더욱 여태윤의 말을 따를 것이었다. 하지만 여태윤의 눈에는 일말의 가족애도 없었다. 그의 눈에는 냉기가 스쳐 지나가더니 여남준에게 전화를 걸었다. “남준아, 우리 여동생이 요즘 좀 이상한 것 같아. 네가 가서 좀 만나보는 게 어때? 돌아온 후로 뭔가 좀 묘하단 말이야. 병민의 일도 혹시 걔랑 관련 있는 거 아니야?” 여남준의 인생은 늘 평범했다. 이 말을 듣고 난 그는 미간을 찌푸렸다. “형, 정말이야?” “확실해. 여나연은 원래 야망이 큰 여자야. 이번에는 병민이지만 다음엔 네 차례일지도 몰라. 우리 얼른 대비해야 해.” 여남준은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죽음을 가장 두려워했다. 그는 미래에 좋은 삶을 살고 싶은데 어떻게 여병민처럼 그런 곳에서 죽고, 죽어서까지 많은 사람에게 욕을 먹을 수 있겠는가. 여남준은 곧바로 여나연이 사는 곳으로 찾아가 여나연과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고 했다. 여나연은 그가 먼저 찾아온 것에 조금 놀랐지만 곧바로 평온한 표정을 지었다. “오빠, 무슨 일이야?” 여남준은 주위를 둘러보았다. 주변에는 다른 변화가 없이 예전과 똑같아 보였다. ‘왜 큰형은 나연이의 분위기가 변했다고 말했을까.’ “나연아, 솔라리스에서 사람을 데리고 왔다고 들었는데?” 여나연은 눈빛이 흔들리더니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여남준은 등을 뒤로 기댔다. “큰형한테 그 사람의 신분에 대해 들었어. 어차피 언론에서도 이제 여진한을 주시하지 않잖아. 너 여진한과 사이가 꽤 좋아 보이는데 여진한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