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82화

이진아는 다소 놀랐다. 그녀가 어쩐 일로 이렇게 일찍 온 건지 몰랐다. 여나연의 시선이 그녀를 훑었다. “어젯밤에 집에 안 갔어요?” “네. 밖에서 좀 일이 있었어요. 여병민 일은 그렇게 쉽게 해결될 문제가 아니예요. 후속 처리도 남아 있어요.” 그녀가 여병민 때문에 집에 안 갔다는 말을 들자 여나연의 표정은 훨씬 좋아졌다. “지금 둘째 오빠가 나를 의심하기 시작했어요. 곧 움직일 수도 있는데 무슨 짓을 할지는 모르겠어요.” 이진아는 여나연이 참으로 욕심 많은 사람이라고 느꼈다. 이렇게 오랜 세월 동안 스스로 여병민을 제거하지 못하다가 이제 여병민이 죽자 갑자기 욕심이 커진 것이다. 지금 이건 이진아에게 둘째 오빠인 여남준도 처리하라는 암시를 보내는 것이었다. 어차피 손을 쓰는 자가 여나연이 아니라면 설령 이진아가 문제에 휘말려도 여나연은 완전히 빠져나올 수 있다. 여나연은 너무 초조했다. 아마도 그동안 억눌려온 것이 커서 속전속결을 바라는 듯했다. “여나연 씨, 여병민이 막 사망한 지 일주일도 안 됐어요. 지금 제가 여남준에게 손을 쓰면 바보라도 여병민의 죽음이 우발적 사고가 아니라는 걸 알겠죠.” 여나연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그녀도 자신이 성급하다는 걸 알았다. 하지만 여병민이 죽었다는 거대한 기쁨이 그녀의 가슴을 휩쓸어 마음을 가라앉히기 힘들었다. 그녀는 자신이 운이 좋다고 생각했다. 비록 솔라리스 쪽 임무는 실패했지만 여진한 같은 남자를 만났으니 마치 하늘이 도와주는 것 같았다. 이진아가 손을 들어 머리가 아픈 척 연기했다. “말하길 여남준이 곧 움직일 거라면 난 일단 기다릴게요. 상대가 먼저 손을 썼을 때만 내가 반격할지 말지 결정할 수 있어요. 지금은 여병민 일도 아직 끝나지 않았으니 더 움직이면 대통령의 의심을 살 가능성이 커요.” 여나연은 그 큰 기쁨을 억누른 뒤 깊게 숨을 들이쉬었다. “내가 성급했어요. 생각 나면바로 말해줘요.” 여나연이 차로 돌아가자 그녀 옆에 있던 남자가 다가오며 불만스러운 기색을 보였다. “너 요즘 여진한을 만나러 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