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41화

어리석기 짝이 없는 강찬원은 지하 격투기장을 유독 좋아했는데 갈 때마다 수억 원씩 탕진하기 일쑤였다. 삼원로와 삼원로의 아내는 그가 격투기장을 출입한다는 사실을 안 후 용돈을 철저히 통제하기 시작했다. 이진아는 이 남자를 어떻게 상대해야 할지 대충 알게 되었다. 저녁 10시까지 침대에 누워 강현우를 기다렸다. 하지만 그는 돌아오지 않았고 먼저 자라는 메시지만 덜렁 보내왔다. 잠기운이 사라진 이진아는 가면을 쓴 소민준과 함께 곧장 강찬원의 아지트로 향했다. 그 시각 강찬원은 두 명의 미녀를 옆에 끼고 근처의 한 술집에서 술을 마시고 있었다. 그중 한 여자는 강찬원에게서 풍기는 기름진 냄새를 견디지 못하고 자리에서 일어나 화장실로 향했다. 여자를 따라 화장실로 들어간 이진아는 그녀가 거울 앞에서 화장을 고치는 틈에 수북한 달러 뭉치를 내밀었다. “저 남자한테 오늘 격투기장에 새 물건이 있으니 격투기장으로 가라고 해요.” 여자의 얼굴에 놀란 기색이 역력했다. 그녀는 격투기장이 어떤 곳인지조차 알지 못했다. 일반인들은 이곳의 지하 격투기장에 대해 들어본 적도 없었다. 이진아는 그녀에게 바짝 다가가 웃으며 말했다. “그냥 저 남자한테 말만 하면 돼요. 내 말 알아들었죠?” 여자는 고개를 천천히 끄덕이고 돈을 받은 후 강찬원의 옆으로 돌아갔다. 격투기장에 새 물건이 들어온다는 소리에 강찬원의 눈빛이 다 반짝였다. 일반인조차 알 정도라면 오늘 나올 물건이 예사롭지 않다는 뜻이었다. 그는 여자에게 돈다발을 던져주고는 차에 타고 곧장 지하 격투기장으로 향했다. 격투기장의 규모가 상당했는데 외곽의 한 병원 지하 입구에 자리 잡고 있었다. 이곳에 격투기장을 만든 이유는 만약 아래에서 문제가 생길 경우 위에 있는 사람들이 쓸 수 있는 장기라도 적출해 다시 판매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었다. 그리고 병원이라는 위장막 덕분에 이곳에 숨겨진 지하 세계를 아는 사람이 많지 않았다. 이진아는 소민준과 함께 강찬원의 차를 뒤쫓아갔다. 격투기장 입구에 다다르자 총기를 소지하고 귀에 인이어를 꽂