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98화
그는 눈치챘다. 이진아가 강현우와 이혼했지만 강현우의 마음속에는 분명히 이 계집애가 있을 것이다. 나중에 이 계집애가 죽으면 그는 강현우에게 좋은 인상을 줄 수 있을뿐더러 나중에 지위가 점점 더 높아질 것이다.
이렇게 생각하지 그동안 쌓였던 굴욕감이 싹 사라졌다.
그는 손짓하여 자신의 부하들에게 올라가라고 지시했다. 다른 사람은 신경 쓰지 말고, 이진아에게 집중하라고 했다.
현우석은 안에서 이진아의 허튼소리를 듣고 있었지만, 그녀가 옷을 벗을 기미가 보이지 않자 마침내 참을 수 없었다.
“오늘 이런 쓸데없는 말을 하려고 나를 부른 거야? 이진아, 이렇게 하면 성의가 부족하잖아.”
이진아의 휴대폰이 한 번 울렸다. 이재희가 문자를 보내왔는데 삼원로가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내용이었다.
그녀는 엷은 미소를 띠며 말했다.
“현씨 가문 가주님, 서두르지 마세요. 곧 저의 성의를 보실 수 있을 것이니 잘 잘 느껴보세요. 아, 그리고 비밀 하나 알려드릴게요. 지난번 현리아 씨 납치는 사실 강씨 가문의 삼원로가 일부러 한 짓이에요. 가주님께서 삼원로의 부인을 심장마비로 죽게 했는데, 삼원로가 그냥 놔둘 거로 생각해요? 오늘 밤 가주님을 초대한 것도 삼원로에게 행동할 기회를 주기 위해서예요. 현씨 가문의 주인님, 오늘 밤 절대 도망칠 수 없을 거예요.”
말을 마치자, 그녀는 미리 준비되어 있던 밧줄을 타고 뛰어내렸다. 너무 갑작스럽게 발생했기에 현우석은 막을 시간조차 없었다. 밧줄이 옆 건물 발코니로 이어졌고, 이진아는 불로 밧줄을 태워 끊어버렸다. 현우석이 뒤쫓아 갈 길을 완전히 차단한 것이다. 이 두 건물은 거리가 그리 멀지 않았지만 미리 준비된 밧줄이 없으면 건너갈 수 없었다.
하지만 밧줄이 있어도 이렇게 넘어가기엔 너무 위험한 짓이었다. 아래는 20층에 달하는 높이였고, 누구나 이진아처럼 실력이 좋은 건 아니니 말이다.
현우석은 단순히 그 높이만 보고도 머리가 아찔해지며 식은땀이 흘렀다.
‘이진아 이 미친년.’
곧 밖에서 총소리가 울리기 시작했다. 이진아의 말이 사실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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