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4화

안재희는 차주한의 감정이 흔들리는 걸 보자 눈빛이 질투와 독기로 번졌다. 아직 그년 이름도 꺼내지 않았는데 차주한의 반응은 예상외로 민감했다. 안재희는 안신혜가 도대체 뭐가 그렇게 대단한지 이해할 수 없었다. 5년 전, 그 쓸모없는 의붓동생 안신혜는 아무것도 안 하고도 쉽게 차주한의 마음을 얻었다. 반면에 안재희는 피 말리며 애쓰고 머리 굴려야 겨우 차주한을 자기편으로 끌어왔다. 그런데 이제 와서 단지 이름이 똑같다는 이유만으로 그 여자는 또다시 차주한의 눈길을 끌었다. 안재희는 순간 이미 죽은 의붓동생이 더 싫은 건지, 아니면 지금 눈앞에서 끊임없이 자기랑 부딪히는 안신혜가 더 싫은 건지 분간할 수 없었다. 안재희는 차주한에게 달라붙어 목을 감싸려 했다. 그러자 차주한은 얼굴을 돌리며 침을 탁 뱉더니 손으로 안재희를 밀쳐내며 성질을 냈다. “꺼져, 저리 비켜!” 그 말은 곧장 안재희의 아픈 데를 찔렀다. 미소를 짓던 안재희의 얼굴이 순간 굳어졌고 조금 전까지 요염하던 눈빛은 곧바로 원망과 독기로 물들었다. 남들 앞에서 두 사람은 늘 서로를 지극히 사랑하는 척, 완벽한 커플인 척 연기를 했다. 안재희도 차주한에게 미쳐 있는 듯한 바보 연기를 했지만 단둘이 있을 땐 이렇게 진짜 속내가 드러났다. 안재희는 몸을 꼿꼿이 세우고 싸늘하게 받아쳤다. “내가 쓰레기면 넌 뭐 잘난 놈이나 돼? 차주한, 아까 안신혜 그년한테 꼬리 흔드는 꼴은 개자식이랑 다를 게 뭐 있어? 웃기고 자빠졌네, 창녀 취급 받는 년한테도 까이는 네 꼴이야말로 천한 거지. 어디서 감히 날 욕해? 퉤!” “뭐라고?” 차주한의 눈이 이글거리며 표정이 일그러졌다. 안재희는 팔짱을 낀 채 꼴사나운 모습을 보인 차주한을 비웃었다. “왜? 못 들었어? 다시 똑똑히 들어. 넌 그냥 개자식이야.” 차주한의 얼굴빛이 순식간에 시퍼렇게 변하더니 한발 다가서며 안재희의 목을 덥석 움켜쥐었다. 안재희는 눈이 살짝 커졌지만 전혀 저항하지 않고 오히려 눈을 가늘게 뜨고 요염하게 웃었다. “뭐야, 화났어? 개자식이라고 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