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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5화

“처음에는 내가 널 꼬신 거 맞아. 근데 그 뒤로 수없이 많던 밤들은 어땠는데? 다 네가 먼저 기어 올라온 거잖아? 네가 날 쫓아다닐 땐 이런 말 한마디도 안 했으면서 이제 와서 뭘 그리 고상한 척이야, 주한아. 놀 만큼 놀고 이제 질리니까 내가 천해 보여? 너 정말 웃긴다, 차주한. 퉤! 천박한 건 너야. 걸레 같은 것도 바로 너라고.” 안재희는 미친 듯이 웃어대며 입에 담기 힘든 단어들을 쏟아내며 일부러 차주한을 자극하고 모욕했다. 차주한의 눈에 핏줄이 터지듯 붉어졌고 증오가 가득 차 당장이라도 안재희를 갈기갈기 찢어 죽일 기세였다. “이 쌍년아, 입 닥쳐!” 차주한은 으르렁거리며 안재희의 목을 조였다. 그러자 안재희는 오히려 더 비웃으며 도발했다. “그래, 해봐. 진짜 죽여봐. 못 죽이면 네가 스스로 걸레란 걸 인정하는 꼴이야. 알겠어?” 차주한의 눈빛은 이제 인간이 아니라 지옥에서 기어 나온 귀신 같았다. 차주한은 두 손에 힘을 더 주며 안재희의 목을 세게 조였다. “컥!” 안재희의 웃음이 끊겼고 얼굴이 시뻘겋게 달아오르며 눈이 튀어나올 듯 커졌다. 안재희는 두 손으로 차주한의 팔을 마구 긁으며 발을 허공에 버둥댔고 목구멍에선 기괴하고 헐떡거리는 소리가 흘러나왔다. 차주한의 머릿속은 이미 뒤죽박죽이 되었고 오직 이 더러운 년을 없애버려야 한다는 생각으로 가득 찼다. “컥... 차... 차주한, 컥...” 안재희의 목소리가 점점 희미해졌고 붉고 요염했던 얼굴이 보랏빛으로 변했고 눈알이 튀어나올 것만 같았으며 발밑 흙이 사방으로 요란하게 흩날렸다. 그 순간, 안재희의 손톱이 차주한의 손등을 긁어 피가 터져 나왔다. 갑자기 밀려온 통증에 차주한은 비로소 정신이 번쩍 들었다. 숨만 붙어 있는 안재희를 보자 차주한은 덜컥 겁이 나 손을 풀고 뒷걸음질 쳤다. “허억... 켁, 켁...” 안재희는 해진 자루처럼 나무를 따라 주저앉아 잔디 위에서 헐떡이며 기침을 쏟아냈다. 차주한은 심호흡을 가다듬고 안재희가 아직 살아 있음을 확인하자 욕설을 내뱉었다. “너 같은 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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