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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2화

고나율은 마음속에 약간의 확신이 있었다. 그래서 이렇게 극단적인 방식으로 고백을 택한 것이다. 박유준이 전교생 앞에서 자신을 좋아한다고 인정하기만 하면 그동안 자신이 겪었던 비난과 멸시는 모두 사라지고 오히려 수많은 사람들의 부러움을 살 수 있을 거라 믿었다. 게다가 그녀는 정말로 박유준을 좋아했다. 그녀는 박유준처럼 내성적이고 소극적인 남자는 자신이 먼저 다가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요즘은 공부에 전혀 집중할 수 없었지만 이 일이 잘 해결되면 다시 노력할 이유가 생긴다고 믿었다. 그건 바로 박유준과 함께 청빈 대학에 합격해 멋진 이야기를 만드는 것이었다. 고나율은 눈앞에 있는 키 크고 마른 깨끗한 인상의 소년을 똑바로 바라봤다. 소년의 얼굴에는 아무런 감정도 없었고 단지 미간이 살짝 찌푸려져 있었다. 심지어 눈빛 속에는 불쾌함이 스쳤다. 고나율의 심장은 점점 더 빠르게 뛰었다. 박유준의 침묵이 이어질수록 그녀의 마음은 불안으로 가득 차올랐다. 그때 운동장과 교실 그리고 교무실의 선생님과 학생들까지 그 고백을 전부 듣고 있었다. 고태빈의 얼굴은 분노로 새파랗게 질렸다. 곧 그는 방송실 밖까지 달려왔다. 하지만 방송실 문은 안쪽에서 잠겨 있었다. 고태빈은 문을 세게 두드렸다. “고나율, 지금 당장 문 열어!” 밖에서 들려오는 목소리를 들은 고나율은 순간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하지만 오늘만큼은 반드시 대답을 들어야 했다. 그녀는 박유준 앞으로 걸어가 그의 얼굴을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 “박유준, 나 너 좋아해. 너도 나 좋아하지?” 박유준은 한 걸음 뒤로 물러섰다. 드디어 입을 열었지만 목소리는 차갑기 그지없었다. “난 널 좋아하지 않아.” 고나율의 눈동자가 크게 흔들렸다.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 “그럴 리 없어. 너 분명 나한테만 특별했잖아. 어떻게 나를 안 좋아할 수가 있어?” 고나율은 포기하지 않았다. “너는 다른 여자애들한테는 언제나 차갑게 대했잖아. 그런데 나한테만 옥상에서 점심 같이 먹어줬잖아. 넌 원래 1등이었는데 나한테 일이 생긴 뒤로 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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